[CEO칼럼]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우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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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0   |  발행일 2018-02-20 제31면   |  수정 2018-02-20
[CEO칼럼]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우려하며
진영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을 뒤덮은 올겨울 한파는 ‘서베리아(시베리아 같은 서울)’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역설적이게도 추위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지목되는데, 이 지구온난화에 버금가는 위협이 지금 세계경제를 뒤덮고 있다. 바로 ‘보호무역주의’다.

인도 모디 총리는 2018 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주의는 지구온난화나 테러만큼 위험하다”고 언급하며 보호무역주의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포럼에 참석한 각국 정상과 석학들도 경제적 불평등 심화에 따른 글로벌 질서 붕괴를 우려하며, 모두가 상생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포럼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앞에서는 별다른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보호무역’은 말 그대로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국제 무역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16세기 유럽 절대왕정이 국부를 증진하기 위해 관세를 높여 수입을 억제하고, 총과 대포를 앞세워 타국의 무역장벽을 없애 수출을 확대했던 것이 보호무역의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19세기에 이르러 무역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자유무역’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세계경제는 크게 성장하게 된다. 이후 대공황, 1·2차 세계대전 등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보호무역주의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주도하에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관세와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GATT)’이 체결되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자유무역은 지금까지 세계교역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각국이 경기부양을 핑계로 찍어내던 통화 거품이 사라지면서 미묘하게 보호무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유무역을 주도했던 미국마저 현재 보호주의 노선을 강화시키며 글로벌 질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 변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최근 한국산 세탁기, 태양광 셀·모듈에 발동된 세이프가드를 포함해 반(反)덤핑, 상계관세 등 현재 미국이 한국에 조치 중인 수입규제는 40건에 달한다. 다행히 대구는 세이프가드와 관련해 해당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그 영향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환율조작국 지정,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 등이 예고돼 다가올 통상파고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는 한·미 FTA 발표 직후인 2013년 6억7천800만 달러였던 대미무역 흑자가 2017년 9억8천800만 달러로 연평균 15.6%씩 증가했다. 또한 대구 3대 수출국인 중국, 일본, 미국 가운데 미국만 교역비중이 FTA 체결 전보다 3%포인트 증가해 지역의 미국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기계제품이 한·미 FTA 수혜품목에 해당되고 한국산 자동차가 FTA 개정협상에 주요 의제로 언급되는 만큼 기계·자동차부품이 주력산업인 대구는 향후 FTA 개정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국가 간 통상마찰은 기업이 해결할 부분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과 외교력에 달려있다. 우리나라도 무역수지 흑자에 의존하는 수출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성장엔진에 내수를 보완하고, 어떠한 외부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술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또한 외교적 우방국 확보에도 힘써 외교를 통한 경제력 향상에도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기업 역시 상당 기간 보호무역주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요국의 통상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아프리카나 신흥국 등 시장 다변화로 특정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호무역은 취지와 달리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사례가 많았다. 최근 발동된 세이프가드로 오히려 미국 태양광발전 산업 일자리 2만여 개가 사라지고, 미국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세탁기 가격이 최대 20% 상승할 것이란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을 통한 근시안적 이익에 사로잡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지 말고, 자유무역의 질서 안에서 자국 경제를 발전시킬 방편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다.진영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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