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오베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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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0   |  발행일 2018-02-20 제30면   |  수정 2018-02-20
문제 해결하지 못할 사람이
자리 차지하고 있는 건 곤란
돈 쓰고 시간 낭비하는 한국
장벽을 허물기 위해 싸우는
오베 같은 까칠남이 필요해
[3040칼럼] 오베라는 남자
권상구 시간과 공간 연구소 이사

우린 태어날 때 이미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 스스로 출생도, 부모도, 죽음도, 받게 될 유산도 결정할 수 없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불행이지만 인류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개념을 창출했다. 같은 문제로 우리는 태어날 때 스스로 ‘국적’을 정할 수 없다. 하지만 죽음과 달리 국적은 바꿀 수 있다. 국가라는 것은 인류가 개발한 하나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생성되고 소멸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 ‘헬조선’이 되면 개인은 국가를 수정할 수도, 떠날 수도 있다.

‘스칸디맘’ ‘스칸디대디’란 표현이 있다. 입시위주의 스파르타식 훈육을 하지 않고 북유럽 교육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수용하는 한국 사람들을 표현하는 말이다. 독일의 발도르프 교육, 영국의 서머힐 스쿨, 한국의 간디학교를 넘어 요즘 북유럽식 솔루션이 인기다.

북유럽식 솔루션하면 단연 이케아(Ikea)다. 가구는 자신의 삶에 패션같은 의미인데 그간 타인의 옷을 입고 있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터넷카페 ‘중고나라’에서는 부모님이 사셨다는 2천만원짜리 자개농이 매일 자녀들에 의해 버려지고 있다. 가구가 재력을 상징하는 시대가 저렇게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은 평수가 좁은 집에 살며 이동성이 잦다. 그래서 쇼파이면서 침대도 되는 조립식 값싼 가구들을 원한다. 한국은 조금만 ‘다른 것’을 추구하면 ‘우리는 그렇게 만들지 않는다’와 같은 엄포주의나 혹은 ‘비싼 가격’으로 훈육한다. 너의 취향은 소수이며 비싼 것이니 엄두도 내지 말라고. 이래서 매년 9억3천만명이 이케아를 찾는다. 자신의 국가내부에서 솔루션이 나오지 않을 때 현대인은 국가단위를 넘어 충성(忠誠)을 바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기업들은 그래서 국내소비자가 타국으로 못가도록 묶어두는 방법을 고안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자주 맺는 ‘노예계약’이다. 휴대폰 약정제가 그것을 상징한다.

프레드릭 베크만 작품이자 2015년 한국 베스트셀러 1위 ‘오베라는 남자(A man called Ove)’의 영화판을 보면 까칠한 할배 오베가 공감된다. 그 영화에서 스웨덴의 국력과 한 개인의 지성이 가만히 앉아서 쟁취되지 않았음을 보았다. 오베는 두 가지 장벽을 위해 싸웠다. 하나의 장벽은 교사였던 장애인 아내가 휠체어를 타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겠냐라는 학교당국의 인식이었고, 또 하나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정원주택지에 차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출입금지 장벽이었다. 오베는 투쟁하였고 아내 소냐는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칠 수 있었다. 또한 오베와 그의 친구 루네는 차고지를 마을 외부에 두었고 평생 아이들을 안전하게 정원에서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완벽하게 문제해결을 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오베의 솔루션은 도전을 받게 된다. 오베는 아내가 죽고 다니던 직장에서도 ‘짤리자’ 죽음이라는 솔루션을 선택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그 순간 낯선 이방인인 ‘다문화가족’이 자신의 땀으로 구축된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된다. 오베는 마을이 더렵혀지는 느낌에 온갖 까탈스러운 잔소리를 해댄다. 그러나 그는 이란 여성의 가족들을 챙기는 따뜻한 할아버지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그가 왜 까칠해왔는지가 이해되는 결말이다. 성격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작년 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를 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집계된 31개국 중 가장 낮은 5.9점이었다. 반면 투표율은 OECD 평균(68.6%)보다 훨씬 높은 77.2%였다. 뉴스공장 김어준 총수의 말처럼, 한국인에게 ‘선거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투표는 주권행위이며 축제같은 일인데 한국에서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해결책 정도였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국제사회에 소문이 났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문제가 2배’라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사람이 그 자리에서 완장을 차고 있거나 혹은 해결할 의지가 없을 때 내가 지극히 까칠해지는 이유가 된다. 권상구 시간과 공간 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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