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평창’ 이후의 한반도 불확실성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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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9   |  발행일 2018-02-19 제30면   |  수정 2018-02-19
올림픽계기 남북화해무드
정상회담으로 승화되거나
일과성이벤트에 그치거나
막연한 장밋빛환상 떨치면
文 정부 최대 치적 될 수도
[송국건정치칼럼] ‘평창’ 이후의 한반도 불확실성

강원도 평창에서 불어오는 열기가 늦겨울 추위를 녹이고 있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 결과에 때론 환호를 보내고, 때론 탄식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쏠리는 국민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그런데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올림픽이 끝난 뒤의 상황에 더 주목한다.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 ‘평양’올림픽 논란을 일으키며 한반도 정세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고위급대표단의 참가로 이번 올림픽은 남과 북,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에는 순수한 스포츠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특히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오빠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한국에 와서 남북정상회담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자 단숨에 남과 북 사이에 해빙 기류가 흐른다. 이를 두고 미국과 일본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현재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가는’ 심정으로 임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구두친서를 받고는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했다. 그러다 그제(17일)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일본은 몰라도 미국의 분위기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완성단계에 접어든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 공격용 무기이니, ‘우리민족끼리’만 외칠 순 없는 노릇이다. 문 대통령이 조성하려는 첫번째 ‘여건’이 ‘북미대화’인 이유다. 하지만 불투명하다.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평창에 와서 북한 대표단을 피해 다니거나 외면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같은 매파들은 연일 북한 김정은 체제를 ‘불량정권’이라고 부르며 군사적 옵션을 거론한다.

북한도 지지 않는다. 노동신문을 통해 “할 일을 다 해놓고 가질 것을 다 가진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에 목말라 하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바빠날(급해질)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라고 했다. 우린 핵을 갖고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북측은 미국에 대화를 구걸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같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태라면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간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 대화가 미국과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화해 무드는 일과성에 그치고, 미녀응원단 파견이나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은 반짝 이벤트에 지나지 않게 된다. 심지어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조차 핵무기 완성을 위한 시간끌기용이었다는 식으로 평가절하된다.

키는 다시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운전석에 앉은 문 대통령이 쥐었다.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해빙 무드를 이어가는 건 오롯이 문 대통령의 몫이 됐다. 평창 이후의 상황관리가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가장 중요하고, 하기에 따라선 최대의 치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가원수로서 다양한 정보를 확보한 채 유용한 정책수단들을 검토하고 있겠지만 평창 너머에 장밋빛 남북관계가 있을 것이란 막연한 환상은 무조건 떨쳐내야 한다. 작년 7월 문 대통령이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가 한반도 평화에도 기여할 것이란 말을 했을 때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이 남긴 말이 귓전을 맴돈다.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하고, 나쁘게 말하면 절망적이다. 정치·군사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스포츠가 어떻게 북남교류를 주도하느냐.” 지금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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