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文정부 ‘신의 옷자락’ 움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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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9   |  발행일 2018-02-19 제29면   |  수정 2018-02-19
[기고] 文정부 ‘신의 옷자락’ 움켜잡아야
김정수 대구대 창조융합학부 교수

한반도에서 평화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한반도 위기설’을 넘어서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동계올림픽 기간 남북 간 다양한 이벤트가 만들어졌다. 가장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사건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의 방남이다. 특히 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김 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여건 조성을 만들어 나가자”라고 신중하게 답했다. ‘여건 조성’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답변은 최적의 답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동시에 평창패럴림픽이 폐막되는 3월18일 이전 미국과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의제를 만들어내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이후에는 선순환이냐 악순환이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남북 간 대화를 이어가면서 진전된 상황을 만드는 것이고, 후자는 한미군사훈련에 대응하는 북한의 핵 또는 탄도미사일 실험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문재인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평화 만들기에는 크게 국내적인 과제, 국제적인 과제, 그리고 남북의 과제 등으로 나눠 대응해야 한다.

먼저 국내적으로는 국민의 통일 의지와 지혜가 뒷받침돼야 한다. 1990년 7월 동·서독이 ‘통일조약’을 체결할 당시 서독의 회담대표인 쇼이블레 내무장관은 동독과의 협상보다도 서독 내부의 주정부 및 각 정당과 여러 이익집단과의 협의과정이 더 힘들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남한 역시 지속적인 대북정책을 위해서는 야당과 시민사회, 전문가 등의 협력이 절실하다. 야당 대표가 반대할 경우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이 직접 설득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의 목소리에 통일부의 모든 간부들은 귀기울여야 한다.

또한 국제협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추진해야 한다. 한반도의 분단과 6·25전쟁의 휴전 과정에서 열강들의 역할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 독일의 통일에서도 당시 총리였던 헬무트 콜은 영국이 통일독일을 반대하자 부시 미 대통령에게 설득을 부탁해 목적을 이루었으며,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리더십이 약화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줄 것을 당부해 워싱턴의 협조를 얻은 바 있다. 콜은 1990년 부시와 4회, 겐셔 독일 외무장관은 베이커 미국 국무장관과 12회 만나 상호 의견을 조율했다. 미국의 역할이 남북한 관계에서 동서독의 관계보다 결코 작지 않다. 북핵문제에서부터 먼 장래 통일에 이르기까지 미국을 적극적인 남한의 후원자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는 장녀 이방카의 방한에 때맞춰 감사의 표시와 함께 최근 남북관계를 설명하는 전화를 할 필요가 있다. 외무장관을 백악관에 파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남북관계는 9년 동안 발톱을 보이다가 이제 겨우 손을 마주 잡았다. 우리는 서독이 취했던 ‘작은 걸음’과 ‘접근을 통한 변화’ 정책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작은 걸음 정책은 인도적인 분야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도 큰 장애를 받지 않고 추진할 수 있다. 북한의 협력 속에 이산가족 상봉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남측의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줄 때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논의가 가능하다. 이어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이를 가지고 우리 정부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협의하는 북미대화의 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한달 내에 문재인정부의 남북관계는 좌우될 수 있다. 1871년 독일 통일을 이룩한 비스마르크는 “역사 속을 지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것이 정치가의 임무”라고 말했다. 신이 부여한 옷자락이 길지 않다. 움켜잡아야 한다.김정수 대구대 창조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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