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스몰’, 아이템은 ‘가성비’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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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5   |  발행일 2017-11-25 제12면   |  수정 2017-11-25
강신규 미래창업경영원장의 ‘2017년을 휩쓴 창업 키워드’
경기불안 탓…안전한 투자 대세
인건비부담 줄이려 인력 최소화
업종다양화로 부족한 수익 채워
사행성 점포 등 반짝아이템 유행
규모는 ‘스몰’, 아이템은 ‘가성비’
강신규 미래창업경영원장은 올해 창업 트렌드 키워도로 ‘소규모’와 ‘가성비’를 들었다.

<영남일보 DB>

‘자영업자 400만명 시대’를 맞은 2017년, 그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겪었다.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출혈 경쟁과 인건비·임대료 부담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려는 노력이 빛났다. 올 한해 창업시장을 휩쓴 트렌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 22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동 미래창업경영원에서 만난 강신규 원장(한국소상공인컨설팅협회장)은 ‘2017년을 휩쓴 창업 트렌드 키워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소규모로 위험 최소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규모(스몰) 창업’이 대세를 이뤘다. 33㎡(10평) 내외인 작은 규모의 점포에 소액을 투자해, 혼자서도 충분히 운영해나갈 수 있는 형태의 창업을 말한다. 이러한 창업 트렌드가 이어지는 이유는 불안정한 사회·경제 상황과 전망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규모 창업은 실패해도 부담이 덜하다보니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

더욱이 내년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상승을 비롯해 임대료, 재료값 상승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고정 비용을 우선 줄이는 것이 수익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강 원장은 “최근 자영업자 30여명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 최저임금 이후 인력 활용을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어보니, 대부분이 ‘줄이겠다’, 혹은 ‘가족을 동원해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었다. 특히 이 중 절반가량인 16명은 이미 고용원을 1명 이상 줄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인력을 최소화하려는 자영업자들의 움직임은 내년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 아이템 자체가 인력이 최소한으로 필요한 아이템 위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창업 초기부터 ‘규모’로 승부하겠다는 것은 옛날 얘기가 된 지 오래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창업자들만이 살아남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 지붕 두 업종

업종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이 기존에 운영하던 점포를 팔고 새롭게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점포를 그대로 활용해 새로운 업종을 더하거나 변경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창업 시장이 활발해도 부동산 거래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 특징도 나타난다.

내부적으로 기존 운영 아이템에 새로운 아이템을 접목시켜 재창업하거나 ‘한 지붕 두 가족’처럼 점포를 반으로 나눠 각각 다른 아이템을 운영하는 형태도 보인다. 이는 내수 침체로 인해 한 업종으로는 수익 창출이 충분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업종 변경은 빠른 창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가족 운영으로 인건비 절약

소규모 창업에서 비롯된 ‘가족형 창업’을 꼽을 수 있다. 올해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고, 내년에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형 창업은 말 그대로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우리끼리’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등의 부담으로 사실상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부모 세대의 노하우와 자식 세대의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세대 간에 힘을 합치면 창업 아이템이나 판로 개척 등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경우도 많다.

◆정부 지원 커진 청년 창업

지난해에 이어 청년 창업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정부가 청년 실업률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면서, 그에 대한 일종의 출구 전략으로 창업 관련 지원책을 늘리는 모양새다. 올해 크게 늘어난 청년 창업은 내년에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성공 사례만큼 실패 사례도 무더기 양산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 구제 제도를 마련하는 등 정부의 사후 관리 대책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청년 창업은 무엇보다 여럿이 함께 하는 ‘어깨동무 창업’ ‘품앗이 창업’ 형태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술과 영업·마케팅 등 서로 다른 역할을 나눠 맡아 수익만 쫓지 않고 경험을 쌓아가는 형태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

◆가성비는 필수 전략

창업 시장에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주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창업할 때 가성비를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시대다. 자영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내수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면서, 소비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가성비가 좋은 아이템은 경쟁력에서 단연 강세를 보이며 오래 살아남는다.

◆위험성 높은 반짝 아이템 유행

이외에도 2017년은 뽑기방 등 사행성 점포가 반짝 유행 업종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불경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창업 아이템이다. 장기적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위험성이 높은 아이템이다. 예비 창업자들은 오래가고, 깊이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격파괴’ ‘무한리필’을 내세운 창업 아이템도 당장의 수익을 쫓기 때문에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편이다.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는 ‘무인 점포’는 내년에도 크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짐에 따라 단순 업무의 경우 대부분 자동화, 기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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