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080원대 곤두박질 환율 브레이크 없나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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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5   |  발행일 2017-11-25 제11면   |  수정 2017-11-25
캐나다와 통화 스와프 체결 등
원화 강세 이슈 이어지는 상황
달러 약세 맞물려 하락 이어질듯
美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탓
금융당국 적극적 개입은 꺼려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걸림돌
어느덧 1080원대 곤두박질 환율 브레이크 없나
24일 오전 중구 을지로 KEB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상황판에 실시간 원·달러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위)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090원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2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더욱이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원화절상 분위기 탓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바닥을 모르는 환율하락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과 같은 떨어진 1,08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5년 5월6일(1,080.0원)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환율은 지난달 27일 1,130.5원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지속, 지난 16일에는 장중 1,100원대가 붕괴됐고, 17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1년2개월 만에 1,100원 선이 무너졌다. 더욱이 21일에는 1,095.8원으로 떨어진 데 이어 23일에는 2년6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40원 넘게, 북한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했던 9월28일(1,149.1원)과 비교하면 두 달가량 만에 60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환율 하락 자체도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환율의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고 제동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더 걱정하고 있다. 통화가치 급변은 가계와 기업 의사 결정을 방해하고 경제 전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당장 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중소 수출업체들은 원화강세로 거래 자체가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고, 이렇게 될 경우 최근 수출 주도 경제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환율 하락이 내수위주 기업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일반 가계의 경우 환율이 떨어졌다고 소비를 열심히 하진 않기 때문에 내수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문제는 △최근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많이 약화된 점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 3.2%로 한 달 만에 0.2%포인트 올렸고, 내년에도 3.0% 전망을 유지하는 등 전문가 그룹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는 점 △사실상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기한·한도 없는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점 등 원화 강세 이슈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달러화 약세까지 맞물려 환율 하락은 앞으로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원론적인 입장밖에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환율 하락 속도가 너무 빨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비공식 구두개입을 했을 뿐, 적극적인 방어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이유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때문에 외환 당국이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것으로 금융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미국 환율보고서는 미 재무부가 주요 교역상대국 중 환율조작 여부를 조사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의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환율 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의 기준은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순매수 비중 2%를 초과하는 환율시장 한 방향 개입 등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다. 한국은 현재 대미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에서 흑자를 기록했지만, 당국의 환율시장 개입은 기준치 아래여서 환율 조작국보다 한 단계 낮은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된 상태다.

어느덧 1080원대 곤두박질 환율 브레이크 없나

◆원화 상승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주식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은 계속해서 1,100원 이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원화 강세를 염두에 둔 전략, 즉 환율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원화 강세기에 외국인 매수세가 거의 동시에 유입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상승 랠리를 지지했고, 이 과정에서 대부분 경기 방어주보다 경기 민감주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는 것.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익률 관점에서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 시장보다 투자성과가 좋았던 업종은 에너지, 소재, 산업재, 금융, 정보기술(IT) 등이었다.

또 최근 금(金) 가격의 상승세는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이 달러화 약세를 미리 반영한 투기적인 포지션 확대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부분도 관심이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분기 1천100t 수준의 안정적 공급, 세계 2위 소비국인 인도의 수요 감소, 금융불확실성 지표 하향 안정화 등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최근 금값 상승세는 결제통화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값의 변화와 미국 세제개편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당분간 달러화 가치가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율 플레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

한편 원화 강세가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준 금리 인상 분위기가 원화가치를 높인 상황에서 연말까지 원화 강세, 즉 환율 하락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릴 경우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어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환율의 흐름을 보며 금리인상 여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2005년 10월11일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올리고 나서 2008년 8월7일까지 총 8차례 금리를 올렸고, 이후 2010년 7월9일 기준금리를 2.00%에서 2.25%로 올린 후 총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2005년 10월11일부터 2008년 8월7일까지의 1차 금리 인상기에 환율은 1,044.90원(2005년 10월14일 종가)에서 899.60원(2007년 10월31일 저점)까지 하락했고, 2010년 7월9일에는 종가기준으로 환율이 13.30원 급락하는 등 한은이 금리인상 기조를 보였던 기간의 원·달러 환율 흐름은 하락 추세에 가까웠다. 그런 만큼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환율 하락이 가속화할 경우 수출 기업 등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인상시기를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변화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의 고려 요인 중 하나일 뿐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자본이동, 경상수지, 경제성장, 물가전망, 기대심리 등 다양하며 그 중 자본이동만을 대상으로 볼 때도 주식자금과 채권자금의 영향이 서로 다른 만큼 금리인상시의 환율변동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은 측의 입장이다.

더욱이 과거에도 첫 금리인상을 저울질하는 시점에 금통위가 원화 강세를 우려했지만 금리인상 결정은 그대로 이뤄졌던 만큼 이번에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즉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 중 환율의 효과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 결정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핵심 요인은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해 금융계 한 관계자는 “환율 급락이 경제계 전반에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특별한 상황이 아닌 만큼 한은이 계획했던 대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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