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하이브리드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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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4   |  발행일 2017-11-24 제23면   |  수정 2017-11-24

‘현대는 융합의 시대’라고 한다. 낡은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영역과 분야가 서로 뒤섞이면서 보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퓨전 개념과 함께 요즘 주목받는 개념은 ‘하이브리드(Hybrid)’다. 생물 유전학에서 출발해 지금은 자동차·카메라·자전거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잡종(雜種)·튀기·혼혈아·혼성물을 뜻한다. 생물은 윗단계부터 계·문·강·목·과·속·종으로 분류된다. 잡종은 이종교배(異種交配)를 통해 나온다. 서로 다른 종끼리 교배하는 이종교배는 열등 인자를 많이 배출하는 동종교배의 단점을 해소하기 때문에 권장된다. 옛날 각국 왕실에서 근친 간 결혼으로 열등한 인간이 많이 나왔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데 잡종도 여러 가지다. 같은 속 다른 종 사이의 잡종을 종간잡종, 같은 종 내의 다른 아종 사이의 잡종을 종내잡종이라고 부른다. 드물지만 서로 다른 속 사이의 잡종과 서로 다른 과 사이의 잡종도 발견된다.

식물의 잡종은 동일 종 내에서 서로 다른 품종이나 재배종 사이의 교잡종이 많다. 밀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한라봉이나 생산량을 4배나 늘린 신종 옥수수 품종도 잡종이다.

눈길을 끄는 동물잡종도 적지 않다. 노새(암말과 수당나귀), 버새(수말과 암당나귀), 비팔로(집소와 아메리카 들소), 라이거(수사자와 암호랑이), 타이온(암사자와 수호랑이), 존키(수얼룩말과 암당나귀), 기프(염소와 양), 코이울프(코요테와 늑대), 재그라이온(재규어와 암사자) 등이 있다. 그런데 잡종 동물은 잡종 식물과 달리 유전적 결함으로 번식이 불가능하고 수명이 짧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높은 계층 자녀끼리의 결혼이 적지 않다. 교수·의사·변호사·교사 등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는 인사들이 끼리끼리 결혼을 한다는 사실은 술좌석 뒷담화 대상이다. 이전부터 재벌 금수저끼리 결혼을 해온 게 한국사회의 풍습이다. 물론 선남선녀의 결합에는 나름 사연이 있고 또 재력·지적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살아야 편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계층끼리만 섞이면 사회는 층간 이동이 더욱 힘들어진다. 작금의 한국사회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다. 이 다문화 사회에서 하이브리드의 확산은 시대적 대세로 보인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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