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열발전소 탓? 포항지진 원인 철저하게 규명해야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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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4   |  발행일 2017-11-24 제23면   |  수정 2017-11-24

포항지진을 촉발시킨 원인이 진앙과 2㎞ 거리에 있는 지열발전소일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열발전을 위한 지하 암반층 물 주입과 배출작업이 지진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접한 포항시민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시민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지열발전과 지진과의 연관성을 밝혀달라는 국민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현재 참여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서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정부가 지질·지진 전문가로 조사단을 구성해 지열발전에 대한 정밀진단을 실시한다니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 간 연관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 제기한 전문가는 이진한 고려대 지질학과 교수다. 그는 지난 15일 한 방송에 출연해 “포항 북구 쪽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이미 예측하고 예의주시했다”고 했는데, 지열발전소 인근에서 미소지진(느끼지 못하고 지진계에만 기록되는 소규모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지열발전소가 통상보다 더 깊은 지하 4.5㎞까지 수직으로 2개의 구멍을 뚫어 물을 주입한 것이 단층 붕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현재로선 가늠키 어렵지만 물 주입과 지진 발생의 상관성을 보여주는 자료는 또 있다.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기상청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열발전소 작업으로 인해 최근 2년간 포항 주변에서 63차례의 소규모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기상청이 공식 발표하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도 10차례나 됐는데, 이는 모두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 직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열발전소 측도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 9월18일부터 물 주입을 중단했다니 누구라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지열발전소 건설을 주관하는 업체 측은 지진과 무관한 기술을 사용하고 물 주입량도 5천800t에 불과한데, 비교대상이 아닌 해외 사례를 들어 발전소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도 단 2개의 시추공으로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지열발전의 지진 위험성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정확한 원인 규명이 시급하게 됐다. 만에 하나라도 지열발전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없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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