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학의 문화읽기] 예술의 소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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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4   |  발행일 2017-11-24 제22면   |  수정 2017-11-24
문화예술도 소비해야 발전
생산자에게 상을 주듯
소비자에게도 상 줄 수 있어
동구문화재단 발상의 전환
전국 첫 소비자 위한 賞 마련
[문무학의 문화읽기] 예술의 소비를 위하여
대구동구문화재단 상임이사·문학평론가

모든 소비는 생산을 촉진시키고, 생산은 발전을 부른다. 예술 분야도 이 명제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문화예술의 발전이 소비로부터 오는 것이라면, 문화예술을 소비시키기 위해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일컫고, 기계 문명의 발달로 삭막해진 인류의 삶이 문화예술에 기대는 바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짚어보고 예술을 소비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예술을 소비한다는 것은 예술을 감상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2010년 대구예총을 맡아 처음으로 예술소비운동을 전개한 바가 있다.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을 읽고 공연장과 전시장에 한 번 이상 가자는 것이었다. 예술소비운동본부라는 기구를 만들고 회원을 모집해 활동했다. 마침 지역 예술 발전에 관심을 가진 지역 기업의 후원이 있어 책을 구입해서 보내기도 하고, 예술 공연에 단체 관람을 하며, 타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다녀오기도 했다.

아주 가끔 공연장에서 그때 회원들을 만나면 그것이 계기가 돼 공연장과 전시장에 자주 다니게 되었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 매우 큰 보람을 느꼈다. 이런 일을 경험하면서 예술을 소비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예술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예술의 소비를 위해 매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기관이나 예술단체에서 ‘찾아가는 음악회’ 등을 통해 그야말로 찾아가기도 하고, 황량한 동네의 골목 벽에 벽화를 그려 삶의 환경을 문화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또한 지난 정부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 국민에게 예술 향수 기회를 주려고 애썼고, 지금은 매월 마지막 한 주를 문화가 있는 주로 확대해서 국민들이 문화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아직은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이나 단체에서 관객 동원에 애를 먹고 있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다. 매달 개최되는 행사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사정이 아니어서 선호도가 낮은 공연들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사를 지속하게 되면 문화의 진수가 꼭 명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해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자기 스스로 직접 참여하고 싶은 영역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생활문화다.

소비한다고 하면 금전 지출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예술 소비는 꼭 돈이 드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고 싶으면 지역 도서관에 가서 얼마든지 빌려 읽을 수 있고, 공연장도 무료 공연이 적지 않다. 무료 공연은 공연의 질이 낮다는 인식이 있지만, 가보면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전시장은 입장료를 받는 전시보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전시가 더 많다. 따라서 돈이 없어 문화를 즐길 수 없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문화예술을 좀 더 적극적으로 소비하게 하는 일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상을 주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예술상은 반드시 생산자에게만 주어야 하는가? 예술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에게 상을 줄 수는 없는가? 예술을 소비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데 발전하도록 소비해주는 사람들을 표창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산자에게 상을 줄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도 마땅히 상을 줄 수도 있는 법. 지금까지 지나치게 생산자만 배려하고 소비자는 무시한 건 아닌가. 대구동구문화재단이 이런 점에 착안, 예술 소비에 앞장 선 사람들에게 상을 주기로 했다. 이름하여 아양예술상. 11월29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예술 소비에 앞장 선 사람들을 표창한다. 예술 소비가 더욱 왕성해지기를 바라면서. 대구동구문화재단 상임이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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