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멍 난 내진성능 강화…“원전 안전”설득력 있겠나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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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3   |  발행일 2017-11-23 제31면   |  수정 2017-11-23

국내 24기 원전 중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내진성능 심사를 통과한 원전이 2곳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경주 강진과 이번 포항 강진이 모두 원전 밀집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21기의 원전에 대한 내진성능 강화를 마쳤다고 밝힌 한수원의 발표는 과장되거나 거짓이었던 셈이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국회의원이 한수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원안위의 내진성능 강화 심사를 통과한 원전은 경주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뿐이라고 한다. 내진강화 대상 원전 중 한빛 5·6호기는 2015년 9월 내진성능 강화를 이미 완료하고도 늑장 보고로 지금껏 원안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고리 2호기는 지난해 9월 내진성능 강화사업 진행률 37%에서 1년 넘도록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프랑스 알스톰사가 1988~89년에 건설한 울진 한울원전 1·2호기의 경우 계약 당시 내진검증 문서를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수원은 내진성능 강화를 위해 뒤늦게 알스톰사로부터 내진검증 문서를 구매하려 했지만 일부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내진성능 강화작업이 하릴없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안전과 직결된 내진검증 문서조차 없이 30년 동안 상업운전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한수원의 안이한 업무 행태가 고스란히 노정(露呈)되는 대목이다.

한수원의 원전 내진성능 강화사업은 6.5 규모의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돼 있는 원전을 시설보강 등을 통해 7.0까지 높이는 작업이다. 내진강화 대상 원전 대부분이 원안위 심사를 마치지 못한 만큼 국내 원전의 내진 기준은 아직 6.5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불과 1년 사이 규모 5.8, 5.4 강진이 잇따라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6.5 내진시설로는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지질학계에선 한반도에서 규모 7.0 안팎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더욱이 이번 포항 지진처럼 퇴적층이 많은 지반에선 액상화 현상으로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

원전 내진성능 강화사업의 고삐를 다잡고 원안위 심사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 한수원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장기적으론 7.5 규모의 강진에 견딜 수 있도록 추가 내진성능 강화도 검토해야 한다. 원전 지역의 심층 지질 검사도 필요하다. 화강암 지대가 아닌 곳에 건설된 원전에 대해선 내진성능 기준을 특별히 높여야 하는 까닭이다. 원전 안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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