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하는 대구 도시재생] <상> 왜 도시 재생인가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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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3 07:54  |  수정 2017-11-23 08:33  |  발행일 2017-11-23 제18면
英셰필드 도시재생으로 침체탈출…“民官 거버넌스 구축이 핵심”

‘도시재생’이 화두로 떠올랐다. 5년간 50조원의 공공재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뉴딜이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은 과거 개발 위주의 도시 확장을 지양한다. 양극화를 야기하는 무분별한 개발 사업에 반해, 도시재생은 주변과의 공존을 추구한다. 원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몰아내고 불도저로 밀듯 기존 건물을 쓸어내고 다시 짓는 게 아니라, 원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삶의 터전을 말 그대로 재생시키는 것이다. 왜 도시재생이 필요하고 대구의 도시재생 현주소는 어떤지, 앞으로 관련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는지를 3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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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도시재생의 올바른 이해와 시민 역량강화를 위해 지난 8월 개최한 ‘열린 도시재생 아카데미’에 참여한 시민들이 분별 토의를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도시재생은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무분별한 개발, 주거환경 노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도심에 지역자원을 활용,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거나 창출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도시의 성장기와 성숙기를 거친 선진국에서 일찍이 추진된 자연스러운 도시정책으로, 쇠퇴한 도심을 재창조하기 위한 물리적 환경 개선을 뛰어넘는 종합적인 처방으로 해석된다.

◆도시재생에 눈뜬 해외 도시들

해외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도시재생에 눈을 떴다. 1인당 GDP 3만달러대, 도시화율 80%대 진입 시기에 도시 쇠퇴와 빈곤,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도시재생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영국의 쇠퇴한 철강도시를 문화 및 첨단산업의 메카로 재생한 ‘셰필드(Sheffield)’는 대표적인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이다. 도시의 경제기반이었던 철강업이 쇠퇴하자 실업률 증가, 인구 감소, 인프라 노후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셰필드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독립 민간법인 ‘셰필드원’ 결성
낡은 철강도시서 첨단도시 탈바꿈

대구 노후화 수준 전국 평균 웃돌아
일찌감치 도시재생 전담부서 조직
주민참여학교 운영 마을리더 배출
주민 스스로 주도하고 행정은 지원



이에 도심재생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독립 민간법인인 셰필드원을 결성한 뒤 대학과 중소기업을 연계한 ‘첨단산업단지(Sheaf Valley)’를 조성하여 문화공간 확충, 소매상점 재정비, 교통수단 발굴 등 다양한 재생 사업을 추진해 고용률 11.5% 증가, 임대료 42.9% 상승, 인구 16.4% 증가 등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화재에 취약한 노후 목조주택 및 공공시설을 정비하고, 역 주변 쇠퇴한 상권 활성화를 도모한 일본 도쿄도 네리마구의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참여형 모범사례다. 네리마구 구청은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 만들기 센터’를 구성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계획을 수립해 도로, 공원 등 기초생활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방문객 40%, 고층건물 19.9%, 점포 18.5% 증가 등의 성과로 사람과 돈이 돌아오는 도시재생을 일궈냈다.

◆시민 참여형 도시재생사업

도시 쇠퇴 현상은 대구도 예외가 아니다. △인구 △사업체 △건축물 노후도 등 3개 지표를 분석한 결과, 2016년 12월 기준으로 대구는 전체 139개 읍·면·동 중 76.2%인 106곳이 쇠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65%)을 웃도는 수준이다. 앞서 대구시는 이미 10여 년 전에 도시재생 전담부서를 조직하고 도시 쇠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되자, 대구시는 보다 체계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도시재생 조례를 제정(2015년)하고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올핸 ‘2025 대구시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수립하는 등 관련 기반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가 강조한 것은 시민 참여다. 도시재생의 실질적인 주체는 바로 시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시민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2011년부터 운영 중인 ‘열린 도시재생 아카데미’다. 1기 110명을 시작으로 해마다 2~3기수를 운영해 지금까지 누적 참가자 수는 5천여명에 이른다.

올핸 아카데미 심화과정으로 지도교수와 주민이 한 팀을 이뤄 도시재생사업 구상안을 만드는 ‘주민참여 도시학교’를 운영해 마을리더 450여명을 배출했다. 특히 여기서 나온 구상안으로 국가공모사업에 응모해 862억원의 국비를 확보하기도 했다.

또 대구시는 올해부터 지역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대학의 스튜디오 수업과 연계한 도시재생 협업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5개 대학 135팀이 참여해 도시재생사업의 기획단계에서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한 특색있는 재생사업을 발굴하고, 우수팀에 대한 시상 등 다양한 지원으로 지역청년의 사회진출을 돕고 지역에 공헌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시민들은 아직은 생소한 도시재생을 홍보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400여명의 ‘도시재생 서포터스’는 대구시로부터 지속적으로 도시재생 소식과 정보를 제공 받고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김광철 대구시 도시재창조국장은 “도시재생사업은 관 주도의 환경개선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변화를 주도하고 행정기관은 이를 적극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주민, 전문가, 공공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거버넌스를 구축해 대구만의 특색 있는 도시재생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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