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미래, 미래의 산업 .4] 日 지바시, 로봇시대 준비

  • 김미지
  • |
  • 입력 2017-11-23   |  발행일 2017-11-23 제8면   |  수정 2017-11-23
“1인용·소형셔틀 등 ‘생활용 이동 로봇’ 2020년엔 거리 달린다”
20171123
지바시는 일반 시민 26명을 대상으로 1인용 이동로봇을 타고 마쿠하리 신도심 내 쇼핑몰을 600m가량 주행하는 시승 체험을 진행했다. <지바시 제공>
20171123
일본의 개인용 이동 로봇 생산업체인 WHILL(휠)에서 제작한 1인용 이동 로봇 ‘모델A’(왼쪽)와 ‘모델C’. WHILL은 지바시의 국가전략특구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가 로봇산업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결정하고 지역 업체들도 연이어 생산·서비스 분야에 로봇을 설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지자체와 민간기업, 시민이 함께 로봇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일본 지바시는 ‘1인용 이동 로봇’ ‘로봇 셔틀’ 등을 실생활에 도입하기 위해 각종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또 규제완화와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민간기업이 관련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정부-지자체-민간기업이 협업
경기침체 대응해 로봇산업 육성
1인 로봇 시속 6㎞…전기로 작동
목적지 이동 후 앱으로 원위치
지바대학과 연계 실증실험 진행

도로교통법으로 속도 등에 제한
市, 규제 완화 위해 행정적 지원
시민의식 제고 시승체험도 열어


◆지역발전 동력으로 로봇산업 육성

일본 지바시는 2016년 1월 국가전략특구로 지정됐다. 국가전략특구는 규제 개혁 및 세제 혜택 등으로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 사업하기 쉬운 환경을 창출해 내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이 하나가 되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형태다.

현재 전국에서 10개 권역이 선정됐으며 도쿄권역에선 지바시와 나리타시 등이 지정됐다. 일본 정부가 해당 지자체를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한 것은 경제활성화뿐만 아니라 일본이 맞닥뜨린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지바시 역시 국가적 차원에서 지자체의 신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이전부터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지바시는 인구 90만명으로 일본의 20개 정령지정도시 중에서 셋째로 적다. 이마저도 2015년 9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에 있다. 특히 생산가능인구로 볼 수 있는 만 15~64세 인구는 2012년 전체 인구의 64%를 차지했다가 2035년엔 56.5%로 감소할 전망이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첨단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지바시는 국가전략과 맞아떨어져 ‘1인용 이동 로봇’ ‘로봇 셔틀’ ‘드론’ 등을 중심으로 지역의 로봇산업 육성에 돌입했다.

1인용 이동 로봇은 높이 109㎝, 너비 120㎝, 폭 70㎝ 크기로 성인 1명이 타고 이동할 수 있게 고안됐다. 법적으로 허용된 최고 속도는 시속 6㎞로, 전기로 움직인다. 목적지까지 고객을 태워주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무인상태로 본래 장소까지 돌아오는 자동 무인 시스템을 완비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유서비스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민간기업으로 파나소닉과 WHILL(휠)이 자동주행에 관한 기술개발을 맡고 지바대학이 실증실험을 맡는 등 1인용 이동 로봇 도입을 위해 산·학·관이 힘을 모았다.

셔틀 로봇은 3명이 마주 보고 앉아 최대 12명을 태울 수 있는 일종의 자동운전버스다. 셔틀 로봇 역시 전기로 움직이며 시속 40㎞로 움직일 수 있다. 우선 쇼핑몰인 이온몰 주변과 대학 내 도로에서 달리는 것을 시작해 2020년까지 실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규제완화와 시민의식 제고 필요

지바시는 1인용 이동 로봇과 관련해서 ‘실증실험으로 기술 검증’과 ‘시민의식 제고 및 비즈니스 모델 검증’이라는 두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마쿠하리 신도심 지역에서 지바대학과 연계해 1인용 이동 로봇에 대한 실증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레이저로 3차원 지도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변 지역 상황을 파악, 쇼핑몰까지 자율주행을 했다. 지난 9월까지 실증실험은 총 16차례 진행됐다.

지바시는 실증실험을 진행하면서 기술력에 의한 한계보단 규제로 인한 한계를 더 많이 겪었다. 이에 지바시는 국가전략특구로서 도로교통법과 관련된 각종 규제 완화를 진행 중에 있다.

현재 1인용 이동 로봇은 일본의 도로교통법에 따라 로봇이 아닌 ‘보행 보조 차’로 분류된다. 전동휠체어와 같은 분류에 속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도로 대신 인도에서 주행해야 하며 최고시속 역시 시속 6㎞로 제한된다. 여기에 1인용 이동로봇마다 인력을 투입해 행여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또 도로교통법에 따라 운전자가 차량에서 하차할 경우 차량의 시동을 꺼야 하는 규정으로, 무인상태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지바시 관계자들은 매번 경찰에 사전 허가를 요청하며 지바대학의 실증실험을 돕고 있다.

노리야스 나미오카 지바시 국가전략특구추진과 과장은 “지자체의 역할은 민간기업이 해당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앞으로 있을 실증실험 등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바시는 지난 8월 시민의식 제고를 위해 시승 체험도 열었다. 일반 시민 2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시승 체험은 마쿠하리 신도심내 쇼핑몰을 왕복하는 것으로 약 600m 주행했다. 해당 시승체험은 1인용 이동 로봇이 시민 누구나가 이용 가능한 이동 수단임을 알리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1인용 이동 로봇이 전동휠체어와 유사한 형태여서 노인,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시승체험 이후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우 만족’이 72.7%, ‘만족’이 22.7%로 나타났다.

지바시는 주거지역을 포함한 마쿠하리 신도심에서 실증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 안내판을 설치해 관련 실험의 필요성을 알리고 회의를 진행해 동의를 구했다. 설명회를 통해 시(市)가 미래형 국제도시로 거듭난다는 것에 기대감도 높아졌다.

1인용 이동 로봇의 도입을 모든 일본시민이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택시업계는 해당 사업을 염려의 눈빛으로 보고 있다. 현재 1인용 이동 로봇은 쇼핑몰 주변을 둘러보는 수준에 그쳤지만 앞으로 이동거리가 더 늘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노리야스 과장은 “아직까지 분명한 반대의사는 표시하진 않았으나 택시업계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면 시가 나서서 중재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셔틀 역시 실증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지바시 마쿠하리 신도심에서 일본의 IT기업인 ‘DeNA’가 주체가 되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자동차 업체들이 1인용 이동 로봇 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로봇셔틀은 대중교통 수단에 가깝다. DeNA는 로봇셔틀이 대중교통 수단이라는 점에서 운행 노선, 빈도 등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제공 받았다. DeNA 관계자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무인 운전 기술뿐만 아니라 지자체 및 사업자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지바시는 로봇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일본 지바에서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