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옷 입은 강민호…4년간 계약금·연봉 총 80억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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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2   |  발행일 2017-11-22 제26면   |  수정 2017-11-22
삼성서 FA포수 영입은 18년만
역대 최고 외부FA투자액 경신
20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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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포수로 나선 강민호가 석연치 않은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후 글러브를 강하게 내던지고 있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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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KBO리그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강민호.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가 FA시장에서 포수 강민호를 영입했다.

삼성은 21일 공식 오피셜을 통해 강민호와 계약기간 4년, 총액 80억원(계약금 40억원·연봉 총액 40억원)의 조건으로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여러 의미가 담긴 계약이다. 삼성의 FA 포수자원 영입은 김동수(2000~2001년 삼성)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삼성은 LG에서 FA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온 김동수와 3년간 8억원의 조건으로 영입했다.

구단 역대 최고액 외부 FA 투자이기도 하다. 강민호는 종전 삼성의 외부 FA계약 사상 최고액 기록을 갖고 있던 우규민(65억원)을 넘어섰다. 삼성이 FA시장에서 ‘큰손’으로 군림했던 2004년과 비교될 만하다. 삼성은 당시 현대 소속이던 심정수, 박진만을 각각 4년 총액 60억원, 39억원에 영입했다. 내년 시즌 역시 ‘내부 육성’기조를 내세울 것이라고 알려진 삼성이 나름대로 큰 맘먹고 지갑을 열어젖힌 것이다.

삼성은 왜 강민호를 택한 것일까.

◆미션 “무너진 안방을 다시 세워라”

야구판에서는 ‘삼성이 대어급 외야자원과 FA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특히 두산에서 FA자격을 얻어 나온 민병헌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이 때문에 삼성이 강민호를 택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편이다.

그런데 삼성의 처지를 들여다보면, 강민호 영입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진갑용 코치의 은퇴 이후 2015년부터 이지영이 주전으로 뛰었다. 이지영은 2015년에는 타율 0.307, 2016년에는 타율 0.297을 기록하며 하위타선에서 탄탄한 버팀목이 돼 줬다. 하지만 올해 주전포수로서의 신뢰감이 거의 바닥을 쳤다. 별다른 부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017시즌에 302타수 72안타 타율 0.238로 수직 하락했다. 이로 인해 이지영에게 ‘경쟁자가 없으니 안일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기도 했다.


삼성서 FA포수 영입은 18년만
역대 최고 외부FA투자액 경신

삼성의 포수진 강화 의지
진갑용 코치 은퇴 후‘안방 붕괴’
권정웅 등 젊은 포수에 영향주며
진 코치와 시너지·안방재건 기대

14시즌 롯데맨, 삼성맨으로
중학교 때 포항으로 야구유학
30일 이례적 공식 입단식 예정



백업포수진도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이원석의 보상선수로 이흥련을 두산에 내준 상황에 삼성은 백업포수로 최경철을 영입했지만 약물복용징계로 시즌 대부분을 날려버렸고 시즌후 팀을 떠났다. 대졸신인 권정웅 등 새내기 포수들도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위 말해 ‘더 커야할 자원’이다.

이같은 상황에 리그 정상급 포수 강민호의 합류는 무너진 삼성 포수진의 중심을 잡기에 안성맞춤이다. 강민호를 주력포수로 내세우면서, 젊은 포수들이 성장할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새롭게 합류한 진갑용 베터리 코치와 강민호의 영향으로 권정웅, 김민수, 나원탁, 김응민 등 젊은 포수들의 성장곡선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민호는 타격능력까지 갖췄다. 강민호는 지난 14시즌 동안 1천495경기에 출전해 통산타율 0.277 1천345안타 218홈런 778타점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더욱 빛이 발할만한 타격기록이다. 일발 장타능력까지 있다. 강민호는 2015시즌부터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달성했다. 이승엽이 은퇴하면서 생긴 장타력 공백을 강민호가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까지 할 수 있다.

강민호 영입은 삼성이 앞서 내건 ‘1선발급 외국인 투수 영입’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좋은 투수를 영입해도, 포수의 볼배합 능력이 없으면 무용지물. 내년이면 KBO리그 15년차를 맞는 베테랑 포수 강민호가 새 외국인투수들의 빠른 적응을 도와줄 수 있는 성숙한 볼배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사나이’ 강민호

‘롯데의 강민호 오오오오~.’강민호 하면 생각나는 응원가다. 롯데팬뿐만 아니라 타팀의 야구팬에게까지도 익히 알려져 있을 정도로 유명한 노래다. 그만큼 강민호는 롯데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는 선수다. 실제로 14시즌동안 롯데에서만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삼성팬들이 강민호를 낯설어 할 필요는 없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강민호는 초등학교시절 야구를 시작했는데, 중학교 1학년때 혼자 포항으로 야구 유학을 왔다. 이후 포항제철중과 포철공고를 거치며 야구선수로서의 기틀을 닦았다. 강민호가 ‘포항 사나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삼성은 매시즌 6경기 정도를 제2 홈구장인 포항야구장에서 치른다. 내년시즌 포항 경기에서 강민호를 향해 쏟아질 포항시민들의 함성소리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삼성도 구단차원에서 ‘강민호 삼성맨 만들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오는 30일 오후 2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강민호 입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공식적으로 선수 입단식을 갖는 것은 삼성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우규민과 이원석을 영입했을 때도 별다른 입단식을 갖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이같은 행사를 갖는 것은 이른 시일 내에 강민호로부터 롯데 색채를 지우려는 목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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