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형 개헌, 새로운 대한민국 .4] 지방자치 22년, 부작용 딛고 ‘지방분권 시대’로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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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2 07:33  |  수정 2017-11-22 09:00  |  발행일 2017-11-22 제8면
부작용 상쇄하고도 남는 성과 ‘분권·자치 당위성’ 국민합의 이뤄
20171122
지난 8일 대구 수성구의회가 ‘동료 구의원 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구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놓고 비공개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지방분권 시대를 앞두고 한편에서는 ‘지방의원의 비리와 부조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높은 국민적 공감대는 각종 여론조사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0∼11일 전국 유권자 1천26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1%가 ‘4대 지방자치권의 헌법 명시를 통한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 실현’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 의견은 20.9%에 불과했다. 지난달 대구시가 시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7%가 지방분권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고 답했다.

더 나아가 지역민 상당수는 단순히 지방분권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수준의 지방분권 개헌을 희망하고 있었다. 지난달 영남일보가 창간 72주년을 맞아 리얼미터에 의뢰해 대구·경북 거주 성인남녀 1천63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0.3%가 ‘헌법에 구체적인 지방분권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답해 ‘포괄적 명시’(24.7%)보다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다만 지난 22년 동안의 불완전한 지방자치제 하에서 파생됐던 크고 작은 부작용들이 지방분권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방분권을 가로막을 수 있는 저해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 22년의 지방자치 역사와 지난 정부의 지방분권 추진 과정을 돌이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 기간중 파생된 가장 큰 문제
자치단체장 전시행정·정실인사 꼽아
중앙정부와 갈등 심화 두번째로 지적
단체장·지방의원 비리·부조리 뒤이어

참여정부때 성과 못낸 지방분권 개혁
국회 우군으로 만들어 지속 추진해야

◆지방자치 ‘부작용’은 반면교사로

지방분권 시대 준비를 위해선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 실시 22년 동안 발생했던 각종 부작용을 분석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지난 지방자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뭘까.

지난해 육동일 충남대 교수가 한국지방자치학회보를 통해 공개한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24.17%가 지방자치 실시 기간 중 파생된 가장 큰 문제로 ‘단체장의 인기 위주의 전시행정과 정실인사’를 꼽았다. 실제 일부 단체장들은 인사 전횡을 일삼거나 다음 선거를 의식한 인기 위주의 전시행정의 폐단을 드러냈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 심화’(23.3%)를 꼽았으며, ‘지방선거의 과열·혼탁’(19.9%)이 그다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단체장 및 지방의원의 비리와 부조리’(10.8%) 등이 뒤를 이었다.

단편적인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는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은 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 시스템을 보완하고 강화하면 그 부작용들은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육 교수는 “지방자치와 분권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지방자치 운영의 성과와 문제점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지역주민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관련 정보와 자료가 공유돼야 한다”며 “지난 25년간 지방자치와 분권의 성과는 문제점과 부작용을 메우고 남을 정도로 플러스(+)의 결산을 가져왔다. 지방분권과 자치의 당위성과 그 내용에 대해 이제 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를 이루고 있으며, 문제는 그것을 실천하는 의지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정부 사례로 본 지방분권 저해 요소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인 안성호 대전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왜 분권국가인가’에서 참여정부 시절 지방분권 정책과 당시 국회의원들의 저항과 반격에 대해 분석했다.

참여정부는 어느 정부보다 강한 지방분권 의지를 피력하고 다양한 지방분권 정책을 추진했다.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은 중앙권한의 획기적 이양, 지방정부의 자체역량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7대 목표 40개 세부과제로 마련됐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 이유는 뭘까.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로 ‘국회의 반격’을 들 수 있다.

안 교수에 따르면 참여정부 시절 고강도 지방분권 개혁이 예상되자 중앙집권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려 온 국회의원의 저항과 반격이 뒤따랐다. 당시 지방분권 개혁에 대한 국회의원의 저항과 반격은 중앙집권적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여야 합의, 기초의회 의원 정당공천제 확대, 지방이양일괄법안의 접수 거부, 자치경찰법안의 심의 거부 등의 형태로 전개됐다.

또 당시 경제부처 등 일부 정부 부처의 낮은 지방분권 의지도 저해요소로 지목됐다. 이에 참여정부 시절 지방분권 정책 추진 사례를 교훈삼아 지방분권 개헌에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지방분권 정책을 돌이켜보면, 국회를 지방분권의 ‘우군’으로 만들어 지방분권 개혁에 동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또 참여정부 때 지방분권 개혁의 추진력이 임기 후반에 크게 약화됐지만, 지방분권 정책은 장기적 시야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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