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내로남불’

  • 박종문
  • |
  • 입력 2017-09-25   |  발행일 2017-09-25 제31면   |  수정 2017-09-25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탄핵사태라는 돌발변수 없이 지금 집권당이 여전히 야당이라면 사드배치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하다. 집권당이 된 후 꿀먹은 벙어리 모양이다. 야당이었다면 아마 사드배치를 죽기살기로 반대할 것이다. 집권 후 그들은 성주군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했다.

한미FTA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시작한 FTA인데, 야당이 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FTA 추진을 반대하고 나섰다. 지금 미국의 FTA 재협상 요구에 여당은 역시 ‘여당다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단지 야당에서 집권당으로 바뀌었다고 FTA를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바뀔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위안부 문제도 대동소이하다. 파기니 뭐니 온갖 소리를 다해댔지만 집권당이 된 이후에는 뭘 추구하는지 모호하다. 현 집권당이 지금도 여전히 야당이었다면 아마 FTA와 위안부 문제로 대통령을 흔들면서 국민에게 정권교체를 요구했을 것이다.

집권 후 바뀐 태도를 보면서 외교안보문제에 대해 국익보다는 단지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생각에 확신을 가지게 된다. 개별 의원의 성실성이나 인격, 신뢰성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더라도 적어도 정당이라는 정치결사체는 확실히 ‘표(票)퓰리즘’ 행태를 보인 것이다. 야당시절 자신들이 집권하면 당시의 갈등과 모순을 해결하고 행복하고 편안한 나라, 새로운 나라를 만들 것처럼 약속했는데 이런 약속들이 단지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을 기망한 것이라 생각하니 분노가 치민다.

그렇다고 지금 야당이 더 미덥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제1야당은 최근 집권당의 문건 하나를 빌미로 언론탄압 시도라면서 국회 보이콧을 했는데 이는 소가 웃을 일이다. 과거에 대한 반성 하나 없이 언론탄압 운운은 무책임의 극치이자, 진실은 안중에도 없는 후안무치한 행동이다.

엄중한 북핵사태에 우리나라 정부의 입지가 극히 좁아진 것도 ‘나라를 팔아먹어서라도 집권하면 그만’이라는 정당들의 집권제일주의가 낳은 병폐라고 생각한다. 북핵이라는 난파선이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정쟁만 일삼은 정치권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탓 네탓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정치발전은 요원해 보인다. 이런 정당들에 믿고 표를 준 국민이 불쌍할 뿐이다. 아직도 정치인들은 진실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자기정당에 유리한 논리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그 악순환을 끊는 길은 유권자인 국민이 진영논리를 벗어나 누가 진실을 이야기 하는지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박종문 교육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