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장 없는 배는 제대로 못간다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9-25   |  발행일 2017-09-25 제30면   |  수정 2017-09-25
[기고] 선장 없는 배는 제대로 못간다
박희준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회장

새 정부 출범 이후 우여곡절 끝에 중소기업계의 숙원인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되었다. 그동안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중소기업, 소상공인 및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각종 업무가 일원화돼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이게 되었다. 이번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은 우리 경제를 중소기업 중심의 생태계로 조성해 더불어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겨져 있어 중소기업계의 기대가 크다.

이런 기대와 달리 중소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 같다. 대외적으로 한미 FTA 개정 요구 등 미국의 통상압력이 점차 거세지고 있고,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로 인해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관련 산업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대내적으로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근로시간 단축 문제, 통상임금 등 파급효과가 큰 정책 이슈로 인해 중소기업은 임금인상, 생산비용 증가, 납품단가 인하 요구와 같은 경영위기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한다’ ‘인원을 줄이겠다’ ‘급기야 사업을 접겠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게다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관련 민생 현안 84개 법안이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일례로 중소기업계에서 오랫동안 건의해 온 생계형 적합업종 법안인 ‘중소기업·소상공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해 6월 발의된 이후 유사 법안도 발의되었지만 국회 통과는 요원한 실정이다. 정치권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음에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가 관련 법안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되어가고 있지만 장관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명한 장관마저도 종교·역사관 등 각종 논란에 휩싸여 자진사퇴해 당분간 장관 공백은 장기화될 것 같은 예감이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보니 타 부처와의 정책 협의나 조정에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산적해 있는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데 추진동력을 잃고 한계를 보이고 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0월 중 발표 예정인 현 정부의 ‘벤처로드맵’인 혁신창조 생태계 조성방안에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빠져있고 산자부가 끼어 있다고 하니 현장에서는 현 정부의 중소기업계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기대와 열망은 과거 어느 정부 때보다 높지만 최근 일련의 정책과 과정을 겪으면서 중소기업계는 다소 불안하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불안과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중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가 하루빨리 새 선장을 맞이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선장은 항해와 배 안의 모든 사무를 책임지고 선원들을 통솔하는 최고 책임자다. 선장 없이도 배는 갈 수 있지만 제대로 가지 못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