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해 못할 경찰관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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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5   |  발행일 2017-09-25 제29면   |  수정 2017-09-25
[기고] 이해 못할 경찰관의 실수
성병조 수필가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나 싶다. 흔히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생사람 잡는 몽둥이처럼 행동한 일은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차고 분통이 터진다.

얼마전 아내가 낯선 전화를 받는데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아내가 전화를 끊은 뒤 떨리는 목소리로 오늘 밤에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며칠 전 아내가 주차한 차와 옆 차가 접촉사고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 아내가 차를 빼면서 옆 차를 긁었다며 두 사람이 승강이를 벌였단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그냥 떠났는데 며칠 후 상대방이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이른 아침 아내를 따라 경찰서에 갔다. 아내는 교통사고 조사관 앞에 죄인처럼 앉았다. 문답하는 도중 모니터 화면이 움직였다. 모니터엔 아내의 차가 주차한 뒤 얼마 있지 않아 흰색 차가 들어가는 모습이 잡혔다.

조사관은 옆 차가 들어갈 땐 긁힌 자국이 없었는데, 아내의 차가 빠진 뒤에 흠집이 보인다며 아내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 정도의 긁힘이라면 운전자가 충분히 느낄 수 있고, 또 흰 차의 페인트가 검은색인 우리 차에 조금이라도 묻어야 할 게 아니냐고 반문해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경찰은 조사서에 사인을 하게 한 후 범칙금 스티커를 발급했다. 조사관은 아내에게 12만원만 지불하면 된다며 선심 쓰듯 말했다. 나는 조금도 수용하기 어려웠지만 당사자인 아내가 조사관의 전문성만 믿고 받아들이는 바람에 반론을 펼칠 겨를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기름을 부은 것은 다음 날 조사관이 아내에게 걸어온 이상한 전화였다.

“아주머니, 운전면허증이 정지 상태에 있네요. 평소 교통 위반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교통 위반과는 담 쌓고 살아가는 아내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아내는 큰 충격을 받았다. 마음을 진정시킨 후 아내가 확인 전화를 걸었더니 그제서야 경찰관이 실수를 했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화가 치밀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조사관을 재치고 팀장에게 바로 전화해 심하게 따졌다. 아울러 그간 미심쩍은 부분들을 조목조목 지적한 후 재조사를 요청했다.

다음날 경찰 조사관과 팀장, 상대 차량 운전자가 나왔다. 당시 상황과 똑 같이 승용차 두 대를 주차시킨 후 상대 차의 긁힌 높이를 쟀다. 그 높이 대로 아내의 차에 견주어 보아도 아무른 연관이 없다. 높낮이가 전혀 다르다. 또 가게에 있는 CCTV에 확인한 바 아내 차는 핸들 조작을 하며 거리낌 없이 유유히 빠져 나오는 모습이 잡혔다. 상대 차 운전자는 할 말을 잊고 멍하니 바라봤다. 나는 경찰관을 불러 보통 시민의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교통사고 조사 수준을 심하게 따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간파한 팀장은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담당 조사관이 본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저지른 실수라며 용서를 구했다. 팀장은 조사관을 불러 나에게 사과토록 지시했다.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다. 내가 만약 첫 결정에 승복하고 물러났다면 범칙금 12만원은 물론 벌점 25점도 고스란히 받았을 게 아닌가. 잘못도 없는 애먼 사람에게 씌워진 누명이 너무도 억울했지만 잘못을 비는 그들을 어찌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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