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 백화점으로 확대…효과 있을까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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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5 07:19  |  수정 2017-09-25 09:52  |  발행일 2017-09-25 제20면
경제 이슈분석
20170925
정부가 최근 의무휴업제 대상을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 대형쇼핑시설 전반으로 확대하는 유통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지역 대형유통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한 기업형슈퍼마켓 앞에 의무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영남일보 DB>

정부가 최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의 보호를 위해 대형쇼핑시설에 대한 유통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중에는 대형마트에 한정됐던 의무휴업제 대상을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등 대형쇼핑시설로 확대하겠다는 유통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의무휴업제 5년, 달라진 유통시장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취지로 2012년 도입됐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매월 두 차례 공휴일에 의무휴업을 시행하고 있다. 영업시간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돼 있다.

의무휴업제가 실시된 초기 대형마트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의무휴업제 도입 초기에는 대형마트 월매출이 10~15%가량 떨어질 때도 있었다. 다들 ‘월급은 받을 수 있겠나’하는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방문객과 매출이 실제로 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발길을 전통시장으로 돌려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취지가 살아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시행 2년여 만인 2014년에 전국 대형마트 주변 중소소매업체와 전통시장 내 점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무휴업일의 전통시장·소상공인 매출액과 고객 수가 대형마트 정상영업일에 비해 각각 10.4%, 1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대만큼 매출 증가세가 유지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전통시장 상인들의 얘기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집계한 전통시장 일평균 매출액은 2012년 4천755만원에서 2015년 4천812만원 수준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구지역의 한 전통시장 상인은 “예전에는 마트가 문을 열지 않으면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시장이나 동네슈퍼뿐이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등 다양한 유통매체가 발달했다”며 “전통시장과 마트, 백화점은 구비하고 있는 상품과 소비층이 명확히 분리돼 의무휴업제의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의무휴업에 따른 효과가 흐릿해지면서 일부에서는 ‘소비 증발’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시행 초기에는 대형마트에도 토·월요일 등 의무휴업일 전후로 소비가 분산되거나 전통시장 매출이 소폭 늘기도 했지만, 지금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소비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버려 결국 유통시장 전체의 소비량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

의무휴업 실시 이후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비교적 개선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전에는 개인 휴무 외에 정해진 휴무일이 명절 등에만 한정되는 등 유통업체 근무자들이 쉬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의무휴업제 시행 이후 기혼자 등이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의무휴업제 실효성 의문
상품군·소비층 명확히 분리
온라인 등 유통매체 다양화
전통시장 매출상승 효과 미미

◇정부, 쇼핑시설로 규제 확대
“지역百 주말매출 한주의 40%
타격 커…온라인 유통만 혜택”



◆지역 대형유통업체 긴장

정부는 앞으로 의무휴업 규제를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등 대형쇼핑시설로 늘릴 것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지역 대형유통업체들은 크게 긴장하는 모양새다.

한 지역 백화점의 경우 토요일을 포함한 주말 매출 비중이 한 주 매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최근 소비자들이 대형쇼핑시설 한 곳에서 상품뿐만 아니라 볼거리·즐길거리 등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의무휴업에 따른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대형유통업체들이 매장 매각을 추진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아예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며 “또 백화점 내에는 소규모 업체 브랜드도 많은데, 이들도 연쇄 타격을 입을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취지와 달리 중대형 유통업체의 파이만 키울 우려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영세 소상공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형마트 아래급의 중형급마트를 운영하는 개인들만 혜택을 볼 수도 있다”며 “큰 자본들이 장악하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도 떼돈을 벌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코리아세일페스타니 임시공휴일 지정이니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어쩌면 유통법에 대한 다각적이고 충분한 검토가 오히려 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법 시행 이후에는 이전으로 되돌리기 매우 힘든 만큼 장기적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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