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리운 고향의 내음을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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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5 07:51  |  수정 2017-09-25 07:51  |  발행일 2017-09-25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리운 고향의 내음을 따라서…

정부의 10월2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우리는 이번 주말부터 열흘이라는 금세기 가장 긴 추석 연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올 추석은 예년의 추석에 비해 그리운 가족들과 좀 더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욱더 기다려지는 행복한 명절입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조금은 편해졌지만 추석이면 귀향열차를 예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고, 귀향길 고속도로는 늘 막혀 긴 시간을 오도가도 못하면서 차속에서 보내야했습니다. 우린 해마다 그런 고생을 다 감수하고라도 추석이면 고향을 찾습니다. 고향이란 타향살이에서 받은 모든 스트레스를 다 털어주고 우릴 품어주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람만 고향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 중에도 자신의 고향을 찾는 부류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동물은 바로 연어입니다. 연어는 하천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 2년여를 살다가 다시 산란할 때가 되면 수만리 떨어진 바다에서도 정확하게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죽습니다.

이러한 신비한 능력은 1599년 피더 프리슨이란 노르웨이 사람에 의해 처음 기록되었다 합니다. 한 바다로 모이는 두 강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데, 희한하게도 두 강에서는 각기 다른 모양의 연어만 잡힌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한 가족 연어들, 즉 태어난 하천이 같은 연어끼리 바다로 나갔다가 원래 자신들이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두 강에서 잡은 연어는 서로 모양이 다른 것이죠.

그럼 새끼 손톱만한 뇌를 가진 연어는 어떻게 먼 바다로부터 자신이 태어난 곳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여기엔 연어의 뇌 속에 GPS가 있다, 연어의 뇌가 자기장을 이용한다, 연어는 눈으로 별을 보고 길을 찾는다 등등 여러 가지 학설이 있습니다. 현재 그중에서 가장 신뢰를 받고 있는 학설은 일본 홋카이도대 어류학자인 히로시 우에다 교수 연구팀이 주장하는 것으로, 연어가 일단 눈을 이용해 자신이 최초 태어난 근방을 찾아 돌아오고, 이후 자신이 태어난 하천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를 기억해내고, 이 냄새를 따라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학설입니다.

우에다 교수 연구팀은 한 호수에서 태어난 연어 중에서 시력이 온전한 연어와 시력을 상실한 연어를 이용하여 실험을 하였는데, 이들 연어를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 풀어두었더니 시력이 온전한 연어들은 원래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아 돌아갔으나, 시력을 상실한 연어는 하루 종일 정처 없이 수영만 하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그런데 일단 자신이 태어난 강 주변에만 도착하면 90% 넘는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정확하게 찾아갔다고 합니다. 또다른 연구팀의 실험에 의하면 코를 막은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즉 연어는 시각을 이용해 자신이 태어난 강을 찾아가고 일단 자신이 태어난 강 가까이에 도착하면 후각을 이용하여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아간다는 것입니다.

정말 우리 뇌에서도 향기를 담당하는 후각이 하는 일은 너무 중요한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사실 왜 연어가 꼭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만 돌아가려 하는지, 그 하천에서도 왜 꼭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만 산란을 하려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릅니다. 아마도 연어는 영양분이 풍부하고 수질환경이 가장 쾌적한 곳을 기억해두었다가 자신의 산란시기에 이를 기억해내고 바로 그곳에서 다시 산란을 함으로써 자신의 후손들이 잘 번창하고 더 우수한 종족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동물의 본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고향을 찾는 이유는 연어처럼 단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귀향길에는 눈을 감고 고향길 들판에서 솔솔 나는 내음을 음미해보기 바랍니다. 그럼 어쩌면 여러분의 뇌는 어릴 적 경험한 그 익숙한 향을 기억해내고 여러분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하고 어릴 적 행복했던 추억 보따리를 풀어낼지도 모릅니다. 혹시 모르죠, 연어통조림 선물세트가 여러분을 기다릴지도. 이번 명절, 다시 만난 가족들과 함께 몸도 마음도 힐링하는 행복하고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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