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총리의 “가덕도 신공항 검토” 매우 부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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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3   |  발행일 2017-09-23 제23면   |  수정 2017-09-23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영남지역 언론사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지역 기자들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건의하자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매우 부적절하며 진중치 못한 처신이다. 신공항 현안의 휘발성을 조금만 생각했더라도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가덕도 이전은 힘들게 결정한 영남권 신공항 문제를 원점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국토부의 공식 입장은 김해신공항을 잘 짓자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리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에 얽힌 저간의 사정을 몰랐다면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지역 현안 파악을 등한시한 것이고, 알고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다면 저의를 의심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총리의 말대로 검토하겠다는 게 사실이라면 국토부의 지적대로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모두 원점으로 돌아간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김해공항 확장으로 미봉(彌縫)했던 지난해 박근혜정부의 결정 또한 없던 일이 된다.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 검토를 선언하는 순간 신공항 입지를 두고 밀양과 가덕도는 다시 불꽃 튀기는 경합을 벌여야 할 수밖에 없다. 대구통합공항 건설과 김해공항 확장 계획도 백지화되는 건 물론이다.

이런 민감한 현안에 대해 덜렁 “검토하겠다”고 말한 게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이 총리가 현실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면 부산지역 기자들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건의하더라도 김해공항 확장과 대구통합공항의 규모나 로드맵을 밝히는 게 순리였다. 그렇잖아도 부산 일각에선 김해공항 확장의 한계성을 핑계 삼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부각하고 있는 터였다. 이 총리의 발언이 잠재된 불씨를 키우지 않을지 우려된다.

정작 이 총리가 챙겨야 할 사안은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대구통합공항 건설이다. 지난 2월 예비후보지 두 곳을 결정하곤 무려 7개월간 진척이 없었다. 어제(22일) 겨우 이전부지 선정을 위한 실무위원회가 열렸을 뿐이다. 이러고서야 올 연말까지 통합공항 이전 부지를 확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국토부는 최종 부지가 선정된 후 별도로 대구통합공항의 수요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항공수요는 공항 건설 규모와 직결된 사안이어서 대구시와 마찰을 빚을 소지가 다분하다. 총리 입에서 “가덕도 신공항 검토”가 나온 만큼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 문제 및 대구통합공항 건설,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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