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더기 증인·산더미 자료…‘갑질국감’ 올해는 그만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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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2   |  발행일 2017-09-22 제23면   |  수정 2017-09-22

문재인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가 내달 12일부터 시작되지만 올해도 무더기 증인 채택 등 구태가 되풀이될 조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야 간사협의회를 통해 올해 국정감사 각 당의 증인신청 한도를 40명으로 잠정합의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100명, 지유한국당은 140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당이 증인을 40명으로 줄이더라도 정무위에서만 최대 160명이 증인으로 나와야 할 판이다. 특히 올해는 새 정부의 친(親)노동·재벌개혁 바람을 타고 기업인 증인채택 규모가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88년 국정감사가 부활한 이래 기업을 상대로 한 묻지마식 대규모 증인 채택은 해마다 반복되는 병폐다. 비판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인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17대 국회의 경우 연평균 52명이던 기업인 증인은 19대 때는 124명으로 크게 늘었다. 20대 첫 국감인 지난해는 150명의 기업인이 국감장에 불려갔다. 문제는 국회가 증인을 불러놓고 차분하게 질의를 하기는커녕 망신주기와 군기잡기로 갑질만 일삼아 왔다는 점이다. 바쁜 증인을 장시간 대기시킨 뒤 호통치고 망신을 주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고 정작 답변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후원금이나 민원해결을 부탁하기 위해 국정감사를 ‘기업 길들이기’로 악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재벌총수·CEO 등 무분별한 기업인 증인 채택은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주고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만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피감기관을 상대로 한 과도한 자료 요구도 지양해야 할 국감 악습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최근 10년간 공문서 제목 목록을 전부 다 보내라는 식의 억지 요구도 많았다. 한 트럭분의 방대한 자료를 요구해 놓고도 정작 국감장에서는 질의 한 번 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때문에 피감기관 공무원들은 자료 준비에 매달려 정작 본연의 임무는 뒷전인 악순환이 매년 반복돼 왔다.

국정감사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지난 1년간 정책 추진의 잘잘못을 살펴보고 개선책을 찾자는 게 목적이다. 말 그대로 국정이 중심이 돼야지 ‘기업감사’가 돼서는 곤란하다. 기업인들을 불러다 군기만 잡을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정책감사가 되도록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증인 채택의 구체적인 기준과 요건을 강화해 무분별한 소환을 억제하고 자료제출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과 같은 이벤트 국감을 폐지하고 상임위원회별 상시국감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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