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그들만의 축제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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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1   |  발행일 2017-09-21 제31면   |  수정 2017-09-21

축제의 종류는 많지만 대부분의 축제는 크게 문화관광형 축제와 특산물 축제로 분류할 수 있다. 참가자의 경험 방식에 따라 관람형과 체험형 축제로 나눌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는 무려 1만5천개를 넘는다. 축제의 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많다. 축제를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거나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꾀하기도 한다. 축제에는 자연·생태 자원이나 특산물 등을 활용해 지역의 이미지를 홍보하거나 특정 자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최근 문경에서 열린 약돌한우축제는 이러한 축제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축제를 통해 대외적으로 문경약돌한우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을 의도했지만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축제장소의 문제가 가장 먼저 제기됐다. 문경새재라는 천혜의 홍보장소를 버리고 문경시청 소재지인 점촌 시민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도심 인근 체육공원에서 단 하루만 치른 것이다. 이곳은 외지인들이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곳으로 문경한우의 브랜드를 고려하면 일부러 방문한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또 다른 지적은 30% 할인판매 덕에 준비한 고기가 일찌감치 동났다는 점이다. 길게 줄을 섰던 일부 시민들은 고기를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렸으며 점심때가 훨씬 지난 뒤에 다시 고기를 공급했지만 시민들의 불만은 이미 불거진 다음이었다. 특정인들이 대량 구입한 사례도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와 함께 문경시내 정육점들의 불만도 제기됐다. 자치단체의 예산을 보조받아 축제장에서 싸게 판매하는 바람에 자신들의 영업에 지장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적은 외지인, 짧은 축제 기간과 홍보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문경약돌한우축제는 축산인들을 위한 ‘그들만의 축제’라는 지적까지 등장했다. 축제를 기획한 의도는 자신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겠지만 일반 시민들의 눈에 특정 집단이나 계층을 위한 축제로 비쳐져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문경약돌한우축제는 축제를 통해 특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민의 화합을 꾀하고 거기에 지역 이미지까지 홍보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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