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新通男(신통남)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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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1   |  발행일 2017-09-21 제30면   |  수정 2017-09-21
자발적인 프로젝트 참여
가족친화교육 받으려는
보수도시 대구의 남성들
변화의 바람 부는 걸까?
‘신통남’들에게 박수를
[여성칼럼] 新通男(신통남)을 아십니까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1. 아이가 커가면서 엄마와는 가까워지는데 나랑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지금껏 회사에서나 사회에서 업무와 관련된 교육이나 나 자신을 위한 교육만 받아왔지 가족을 위한 교육은 처음 신청해본다.(중소기업 구매담당, 42세)

#2. 대학생 딸하고 트러블이 자주 생긴다. 그날도 딸하고 안 좋아서 화도 삭일 겸 술이나 한 잔 할까 돌아다니다가 안내 현수막을 봤다. 소통 잘되는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신청했다.(공단 근로자, 55세)

#3. 결혼 4년차다. 부부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 어느새 안 통하는 남편이 되어 있더라. 만나면 싸우는 거 같다. 일이 많아 늘 피곤하니까 아이랑도 못 놀아주게 되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주 교육으로 큰 변화가 있을까 싶지만 변화의 계기라도 만들고 싶어서 왔다.(군무원, 40세)

#4. 결혼 15년차 아빠다. 매일 별 보기 생활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니까 아이들 얼굴을 못 본다. 자는 얼굴만 겨우 보게 된다. 집에서 내 자리가 자꾸 줄어드는 거 같다. 집 한구석이 내 자리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남편, 아빠로서 가정생활에 충실하고 싶다.(기업 인사담당, 44세)

대구여성가족재단 일가정양립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신통남(新通男) 프로젝트’에 참가한 남성들의 참가의 변(辯)이다. 신통남은 ‘신나는 아빠, 통하는 남편, 멋진 남자’를 줄인 말로 대구시가 일가정양립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시작하기 전에는 가장 보수적이라는 대구에서 일하는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친화교육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고, 교육신청자가 없으면 어떻게 할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여니 일하는 아빠들의 참여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30명을 겨우 채웠던 1, 2기를 지나 현재 3기에 이르러서는 40명으로 교육인원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마감되는 이변(?)이 생기기도 했다. 변화를 희망하는 대구 남성들의 움직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신통남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된 계기가 길거리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전화를 했다는 점이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권유에 의한 것도 아니고 40명 중 절반이 넘는 참가자들이 운전을 하다가, 또 길을 걷다가 우연히 눈길이 멈춘 현수막을 보고 자발적으로 교육을 신청한 것이다. 그것도 대구 남자들이 말이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대구 남성들이 이런 교육에 얼마나 목말랐는지 알 수 있다. 당초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40 아빠들을 주 타깃으로 삼았는데, 시작하고 보니 미혼 남성부터 자녀 출산을 앞두고 있는 예비 아빠, 자녀가 모두 성장한 60대 남성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이 참가해 가족주기별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인 아내와 살면서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몰라 답답함을 느꼈다는 다문화가정 남편, 자신은 평소 대한민국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당신은 교육이 필요하니 배워오라고 대신 신청해서 오게 됐다는 남편까지 사연도 다양했다.

대한민국 아빠가 하루에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6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OECD 평균은 47분, ‘라테파파’로 유명한 스웨덴은 놀랍게도 5시간이나 된다. 그러다 보니 TV 광고 속 “아빠, 내일 또 놀러오세요”라는 어린 딸아이의 목소리가 한국 직장 남성들의 공감을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남성들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은 탓이 크지만, 가족활동에서 소외되다 보니 대부분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고 가족과 함께하는 활동이 어색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작용한다. 좋은 아빠, 통하는 남편이 되고 싶지 않은 남성은 없을 것이다. 이제 대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것 같다. 대구 남성들의 변화 움직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신통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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