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수, 진보가 목표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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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1   |  발행일 2017-09-21 제29면   |  수정 2017-09-21
[기고] 보수, 진보가 목표일 수 없다

흔히 TK(대구·경북)를 보수의 심장, 보수의 본거지라고들 일컫는다. 지난 30여 년 동안 대구·경북은 당연히 보수여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의 틀 속에 갇혀 이른바 보수 정당이라고 표방하는 특정 정치 집단에 무조건적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보수 정당에 대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일방적인 지지로 인해 대구·경북은 ‘보수 꼴통’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 결과 전국 3대 도시였던 대구는 각종 경제 지표에서 광역시 중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다양성, 역동성, 경쟁을 거부한 당연한 결과다.

1997년 대구를 연고로 한 동양오리온즈라는 프로 농구단이 출범했다. 대구지역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 열정을 심어 주었던 이 프로 농구단은 2011년 6월 경기도 고양시로 연고지를 옮겨 버렸다. 우리가 보수, 진보 타령을 하고 있는 사이 대구는 기초자치단체인 경기도 고양시만도 못한 도시, 전국 최고의 청년 실업률을 자랑하는 도시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우리의 아들, 딸, 손자, 손녀에게서 꿈과 열정을 뺏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누구도 진지하게 그 책임을 이야기한 사람은 없었다.

솔직히 말해 선출직 정치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이겠는가? 뭐니 뭐니 해도 다음 선거에 또 당선되는 것이다. 그동안 TK 정치인들은 다음에 또 당선되기 위해 TK를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재임 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어떻게 보수 정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을까에 골몰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역에 기여한 업적보다는 보수 정당의 공천이 곧바로 당선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보수 정당은 TK를 이미 잡아놓은 물고기로 생각했고 이른바 진보 정당은 TK를 영원히 잡을 수 없는 물고기로 인식해 포기해 버리는 사이 TK지역은 어느 정치세력으로부터도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발전으로 인해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가 도시경쟁체제로 변모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지방분권이 강조, 강화되고 있다.

인식과 행동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TK의 위기 타파와 생존을 위해서는 TK 모든 구성원의 인식과 행동의 대전환만이 글로벌(Global) 시대에서 생존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보수, 진보는 무엇인가. 어떤 사안과 문제에 대해 보수적 견해와 진보적 견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건강하고 발전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방법론이지 결코 목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TK지역은 그동안 보수라는 것이 방법론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인 것처럼 잘못 인식하여 ‘TK는 무조건 보수여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있지 않았나, 정치권에 이용당하지 않았나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 중국이 세계 2대 강국으로 급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80년대 덩샤오핑이 주창한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 오늘의 중국을 있게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것이 최고라는 인식, 즉 사상과 이념이 아니라 인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 최고라는 논리로, 자본주의 시스템까지 도입하는 과감한 개혁개방 정책이 오늘의 중국을 있게 한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보수와 진보는 목표가 아니라 방법론일 뿐이다. 우리의 목표는 건강하고 발전된 공동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TK는 당연히 보수여야 한다는 인식을 버리고 정치적 다양성이 있어야 대구가 발전한다. 대구경북 시·도민도 자유, 책임, 시장, 경쟁이란 진정한 보수의 가치보다 승자독식, 기득권 수호, 공천에만 목을 매는 사이비 TK 정치꾼을 가려서 투표하는 안목과 식견이 필요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대구·경북의 발전에 진정 도움이 되는 실속 있는 선택을 기대해 본다. 남칠우 (<사>새희망포럼대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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