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 대구의 혁신아이콘이 되다 .10] 새 성장동력 찾는 하빈면

  • 임훈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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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1   |  발행일 2017-09-21 제14면   |  수정 2017-10-26
유서깊은 유적지 다양한 먹을거리 나들이 명소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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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군 하빈면 묘리 육신사 전경. 육신사는 조선 세조 때 ‘사육신’으로 잘 알려진 박팽년, 성삼문, 이개, 유성원, 하위지, 유응부 등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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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도소 신축 현장. 달성군 화원읍 중심부에 위치한 대구교도소는 2019년까지 하빈면 감문리 일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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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목정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낙포 이종문이 1604년 세운 정자다. 조선 16대 왕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하목정에 잠시 머무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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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으로 발생한 전재민(戰災民)을 위해 정부가 조성한 하빈면 봉촌리 전재민촌의 모습. 달성군은 전재민촌을 평화마을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구 달성군의 북서 관문인 하빈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성주·칠곡군과 접한 전통적 농업지역인 하빈면은 그동안 도시화의 흐름에서 비껴나 있었지만, 대구교도소 이전과 광역도로 건설 등이 진행되면서 지역발전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고 있다. 하빈면은 대구 근교 관광지로 성장할 매력도 충분한 곳이다. 유서 깊은 유적지와 다양한 음식 거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충신을 모신 육신사와 인조가 당호를 내린 하목정 등이 하빈면에 위치해 있다. 시리즈 10편은 낙동강변의 한적한 고을에서 대구시민의 새로운 삶터이자 쉼터를 꿈꾸는 하빈면에 대한 이야기다.

2019년 이사 오는 대구교도소
지역발전 촉매제 역할 기대
郡, 농수산물도매시장 유치 노력

조선 사육신 위패 모신 육신사
임진왜란때 세운 하목정 유명
묘골엔 박팽년의 후손들 거주

정부가 6·25때 만든 전재민촌
평화마을로 조성해 보존 계획
동곡리 국수골목 칼국수로 유명
유명 방송인 방문 제2의 전성기


#1. 대구교도소 이전…발전 기대감

달성군 하빈면이 대구교도소 이전을 계기로 지역발전을 꾀하고 있다. 달성군 화원읍 중심부에 위치한 대구교도소가 2019년까지 하빈면 감문리 일원으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 대구교도소 이전이 ‘지역발전의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지역민도 많다. 하빈면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교도소 이전이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구체적 조치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지역개발의 마중물로 보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물론 교도소 이전을 반대하는 입장도 있었다. 육신사 등의 문화유산이 자리한 고장에 교도소가 들어서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 때문이다. 하지만 교도소 이전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부정적 인식보다 앞섰다. 2008년 하빈면민 대부분이 교도소 이전 당위성에 동의했다. 낙후된 지역의 발전에 교도소 유치가 도움될 것이라는 주민들의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빈면의 경우 전체 면적의 68%인 27.71㎢가 개발제한구역이어서 군내 타 지역에 비해 발전속도가 느렸다. 한때 6천여명이던 하빈면의 인구는 최근 4천여명으로 줄었다. 농사짓는 토박이가 많아 각 마을의 인구분포는 고른 편이지만, 인근 다사읍이나 달서구 성서에서 출퇴근하는 농민이 꽤 늘었다. 교통여건도 제자리걸음이었다. 대구에서 성주·칠곡으로 향하는 국도 30호선이 하빈면 남부를 지나지만, 통과교통이 대부분이어서 하빈면의 발전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또한 대구도시철도 2호선 서편 종점 역시 하빈면이 아닌 다사읍에 들어서면서 도시철도 개통에 따른 수혜조차 받지 못했다.

이처럼 지역발전이 수십년째 정체됐지만 최근의 상황은 긍정적이다. 달성군은 대구교도소 이전에 따른 지역민 복지증진을 위해 2014년 군비 40억원을 들여 면민복지회관을 세웠다. 회관에는 작은도서관과 체력단련실 등 지역민의 생활개선을 위한 여러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달성군은 대구농산물도매시장 하빈면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구시 북구에 자리한 대구농산물도매시장은 현재 이전과 재건축 결정을 두고 논의 중이다. 달성군은 대구농산물도매시장의 이전이 결정된다면 하빈면이 최적지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하변면은 농산물 소비시장인 대구 도심과 가깝고 경부고속도로가 인접해 물류에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달성군은 하빈면 대평리에 경부고속도로 대평IC 설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향후 대평IC 조성이 결정된다면 하빈면의 물류여건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대구시민의 새로운 쉼터를 꿈꾸다

하빈면은 문화유산을 비롯해 수많은 볼거리·먹거리가 산재한 곳이다. 특히 하빈면 묘리에 자리한 육신사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을 기리고 있다. 육신사는 조선 세조 때 ‘사육신’으로 잘 알려진 박팽년, 성삼문, 이개, 유성원, 하위지, 유응부 등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사육신’은 1453년 계유정난(癸酉靖難)으로 권좌를 차지한 세조를 몰아내고 단종을 부위하려다 목숨을 잃은 충신들이다.

육신사가 자리한 묘리는 ‘묘골’로도 불리는데 사육신 중 한 명인 박팽년의 후손들이 지금도 살고 있다. 마을 입구는 깔끔하게 단장된 기와집이 들어서 있고, 마을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가면 육신사다. 육신사의 모습은 웅장하다. 1970년대 ‘충효위인 유적정화사업’에 의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육신사 입구인 외삼문을 지나면 너른 잔디밭 가운데 육선생 사적비가 우뚝 서 있다. 사적비 뒤로는 박정희·최규하 대통령의 휘호가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 휘호 옆에는 박팽년의 18대손으로 제13~15대 국회의장을 지낸 박준규씨의 휘호가 보인다.

묘리에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부인인 박두을 여사 생가터도 위치해 있다. 박 여사 또한 박팽년의 후손으로 21세 때 이병철 회장과 결혼했다. 구전에 따르면 유년시절 여사의 관상을 본 한 스님이 “왕비가 아니면 거부의 아내가 될 것”이라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하빈면 하산리의 하목정도 하빈면의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낙포 이종문이 1604년 세운 정자다. 하목정의 편액은 왕위에 오르기 전 잠시 하빈면에 머물렀던 조선 16대 왕 인조가 직접 쓴 것이다.

하빈면 봉촌리(낙동마을) 전재민촌(戰災民村) 또한 하빈면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재민촌은 6·25전쟁으로 발생한 이재민의 정착을 위해 정부가 조성한 마을이다. 1950년대 중반 조성된 전재민촌 내부의 건물들은 수십년간 수리를 거듭했음에도 옛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콘크리트 블록으로 쌓아올린 담에는 반세기를 넘는 세월의 무게가 서려 있고, 다닥다닥 붙은 주택들은 전쟁 이후 민초들의 고달픈 삶을 보여준다. 정부의 계획 하에 조성된 마을이기에 마을은 바둑판식으로 구획정리돼 있고, 주택 규모가 일정한 특징이 있다. 경남 합천을 비롯해 김천·경산지역 주민 중 봉촌리 전재민촌으로 이주한 이들이 많았다. 전쟁의 폐허 속에 고향을 떠난 주민들은 낙동강변 모래땅에서 땅콩이나 고구마밭을 일구고 살았다.

달성군 또한 6·25전쟁의 아픈 역사가 깃든 전재민촌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전재민촌을 평화마을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현재 전재민촌 기념관 부지를 매입한 상태다.

하빈면의 다양한 먹거리도 인기다. 특히 동곡리 옛 동곡시장 내에 자리한 동곡리 국수골목은 칼국수로 유명하다. 쇠락한 시장 한쪽에 자리 잡은 보잘것없는 골목이지만, 가마솥 장작 타는 냄새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최근에는 요식업계 CEO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 방송인이 동곡리 국수골목을 찾은 것이 알려져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하산리 장어골목도 하빈면의 대표적 먹거리타운이다. 원래 강창나루터에 있던 매운탕집들이 이곳으로 옮겨왔는데, 매운탕에서 장어구이로 업종을 변경한 후에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벌꿀과 참외 등의 특산물도 하빈면의 자랑이다. 봉촌리의 연근, 기곡리의 포도, 무등·감문리의 토마토 역시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특히 참외 재배 농가가 200여 가구로 많은 편이다. 하빈면 소재지를 중심으로 참외 비닐하우스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참외는 가격변동이 크지 않아 안정적 소득을 올리는 농민이 많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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