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단상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9-20   |  발행일 2017-09-20 제30면   |  수정 2017-09-20
한반도 긴장 완화 위해선
美軍 한국 지속주둔 보장
북한의 체제와 존재 인정
北-韓美간 우호관계 전환
북한의 핵 인정 등이 필요
[수요칼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단상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탄 시험 발사를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 상태가 줄어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가장 일차적 대립관계는 북한과 미국 간에 고조되고 있고, 군사적 대응을 거론하는 양국의 외교적 수사로 인해 남한의 안전이 직접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또한 사태의 증폭에서 오는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재를 주문하면서 중국과 한국을 압박하고 있으므로 한미 관계와 중미 관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남한의 일부 논자들은 남한도 핵무기 개발에 나서야 한다거나 미국 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어서 남한 내부의 논란과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미국 내부의 여론 또한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군사적 대응을 거론하며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론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으며, 클린턴 행정부가 시도했던 것과 같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동결하고 보다 유화적인 외교적 접근으로 현재의 긴장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하지만 의문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쟁점들도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제 다수 분석가들의 의견이 수렴되는 듯하다. 남한의 경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결코 현실적 선택지로 고려되어서는 안된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미국의 경우 남한에 미군을 배치하고 운용함으로써 얻는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전략적 이득을 쉽게 포기하거나 양보할 이유도 거의 없다.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전쟁 리스크로 인해 남한 경제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는 사태를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반길 것으로 짐작된다.

현 상황을 타개할 뚜렷한 묘책이 당장에 찾아지기는 어렵겠지만, 해법을 찾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궁극적으로 어떤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분명히 제시된 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묻기 전에 ‘무엇’을 이루기를 원하는지에 대하여 분명한 구상도 없고, 합의도 없다는 점이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가장 상식적 접근은 당사자들이 각각 원하는 바를 가급적 많이 이룰 수 있는 상황을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리라.

이점을 감안해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어떨까. 첫째, 미국은 자신의 군대를 남한에 계속 배치하고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을 원할 것이므로 이를 보장하고 둘째, 북한은 자신의 체제와 존재를 보장 받기를 원할 것이므로 이를 인정하고 셋째, 북한과 미국 간의 군사적 적대 관계와 남북 간의 적대 관계를 종료해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로 변경하고 넷째,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하고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정상 국가’로서 핵확산방지조약 체제에 재편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현실적 환상이고 터무니없는 몽상이라는 비난이 당장에 제기될 것이지만, 과연 그럴까? 북한을 흡수 통일하겠다는 목표, 반인권적이고 억압적인 북한 체제를 갈아 엎어야 한다는 목표는 현실적인가.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시키고 한반도를 비핵화하겠다는 목표는 과연 누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미국이 막강한 화력을 한반도에 쏟아 퍼부으면 한반도 사태는 수일 내로 평정될 것이라는 상상은 과연 어느 만큼 ‘현실성’이 있을까. 이런 발상들은 실현 가능성도 없는 무책임한 감성적 구호이거나 한반도를 초토화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무모한 도발에 불과하다.

협상에 임하는 당사자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상대방의 처지와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일정한 양보를 통하여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 그저 목청을 높이고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