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참 잘했다” 싶은 결혼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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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9   |  발행일 2017-09-19 제30면   |  수정 2017-09-19
쉽지 않은 ‘작은 결혼식’
장소 제공·조례 추진 등
지방자치단체 적극 노력
작은 노력들이 모이면서
조금씩 바뀌어 나갔으면…
[3040칼럼] “참 잘했다” 싶은 결혼식을 위하여
이현경 밝은사람들 기획제작실장

“나 드디어 시집 가….” 올가을 결혼을 앞둔 친구를 만났습니다. “남들 다하는 결혼이라고 생각했는데 날짜가 다가오니 설레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걱정이 많아지네”라는 그녀는 “사람 하나 보고 쉽게 결정했어. 그런데 남들 하는 허례허식을 버리는 용기가 이 나이에도 쉽지 않은 것 같아서 좀 답답해”라고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꿈꿔오던 ‘작은 결혼식’은 둘이서 뜻을 모아 기필코 해낼 거야. 신랑도 내 마음과 같아서 다행이야. 하객이 식장 가득 넘쳐서 장터처럼 붐비는 결혼식은 싫어. 화려한 축하 화환이 줄줄이 늘어서는 것도 바라지 않아. 내 손글씨로 쓴 정성스러운 청첩장 몇 장 만들어서 전할 거야.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잘했다 싶을 그런 결혼식을 하고 싶어.”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30대 미혼 남녀 10명 가운데 8명은 ‘작은 결혼식’을 꿈꾸지만 실천에 옮긴 사람은 5%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결혼식 규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혼자 10명 가운데 9명은 결혼식에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초대하겠다고 했지만 실행은 56.4%였습니다. 적당한 하객 숫자도 미혼자들은 100명 이하(45.3%)를 가장 많이 꼽았지만, 기혼자 응답자 중에 하객을 100명 이하로 초대한 사람은 7.4%였습니다. 200~300명을 초대한 사람이 29.6%로 가장 많았고 400명 이상도 19.4%였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전체 응답자 대부분(94.6%)은 우리 결혼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과다한 혼수·예물·예단(가장 심각한 정도를 5점으로 봤을 때 4.6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결혼식(4.4점)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미 우리는 다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 개선 의지의 실천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신랑이나 신부 쪽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탓도 있겠지요. 그래선지 “보다 합리적이고 실속 있는 결혼문화를 조성하겠다”면서 자치단체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대구 달서구청이 국내 지자체 중 최초로 만든 ‘결혼장려팀’. 독신가정이 늘고 결혼율과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꺾어보겠다고 나선 ‘특공대’입니다. 특히 ‘작은 결혼식’ 문화 정착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습니다. 청사에 ‘결혼상담실’을 열어놓고 웨딩플래너를 초빙해 주민들에게 결혼 준비부터 결혼식까지 다양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혼중매도 적극 나서고 있지요. ‘썸 타는 동아리’를 만들어 미혼남녀 만남을 주선하고 있습니다. 직장별로 미혼남녀가 팀을 꾸려서 만나는 ‘직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엔 도원동 월광수변공원을 웨딩 테마공원으로 조성하며 ‘작은 결혼식장’을 개장합니다.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감각적인 조형물과 ‘사랑의 포토존’ 등 숲과 물이 어우러진 쾌적한 결혼식장 인프라가 갖춰지면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웨딩 명소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주차시설도 넉넉하다고 합니다.

대구시는 아예 작은 결혼식 지원 조례를 만든다고 합니다. 결혼비용의 거품을 빼기 위해 야외 공공시설을 예식 장소로 무료로 제공하고 하객의자·꽃길·음향시설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지요. 작은 결혼식을 늘리기 위해 이미 금호강 하중도, 동구 옻골마을, 달성군 백년타워 등을 예식 장소로 열어놓고 있습니다. 겉치레를 없애고 합리적인 결혼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대구시의 강한 의지지요. 오랜 관습이 단박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런 노력들이 모이면서 조금씩 진화해 간다면 정말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결혼의 계절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찾아오는 ‘진짜 하객’(?)과 부부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다면 참으로 뜻깊은 결혼식이 될 것입니다. 보다 지혜롭고 당당한 커플들이 이 가을에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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