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민밀착 탄력순찰과 공동체 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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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5   |  발행일 2017-09-15 제25면   |  수정 2017-09-15
[기고] 주민밀착 탄력순찰과 공동체 치안
나현정 대구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 경장

‘전 세계에서 가장 치안율이 높은 국가’ ‘거리에서 마음 놓고 휴대폰 만지며 돌아다닐 수 있는 안전한 나라’. 한국의 치안 수준을 나타내는 수식어들이다. 안전한 나라로 꼽혀온 이유는 지난 4년간 각종 치안성과지표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5대 범죄 발생건수는 2013년 60만7천547건에서 지난해 53만7천67건으로 7만480건(11.6%)이나 줄었고, 같은 기간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2.1%에서 0.85%로 감소했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재범률은 5% 미만으로 줄었다.

정작 국민의 체감 안전도는 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우리 삶의 질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나 국가안보만큼 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은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간 범죄와 관련된 문제를 경찰을 비롯한 사법기관만의 역할로 한정하고 단죄하는 방향으로만 접근해 왔다. 범죄가 어떠한 배경에서 발생하고 어떻게 범죄를 줄일 수 있는지, 실질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심도 있는 고민이 부족했다. 국민이 안전하게 느끼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의 근간인 공동체 치안을 강화해야 한다.

또 범죄가 이미 발생하고 난 후 범죄자에 대한 사후처벌보다는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사회적 관심을 갖고 함께 머리를 맞대어 범죄예방은 공동체 치안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경찰은 최근 지역 주민들의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4개 지방청 15개 경찰서에서 주민밀착형 탄력순찰제를 시범 운영했다. 주민밀착형 탄력순찰제는 기존 공급자 위주의 순찰에서 벗어나 지역주민이 희망하는 장소를 순찰하는 새로운 정책이다. 희망하는 순찰 구역과 시간을 묻는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주민들의 요구를 수렴해 순찰계획을 수립한다.

이달부터 모든 경찰서가 시행하고 있으며 시범 경찰서로 먼저 운영했던 대구 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에서는 지난 7월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진행한 ‘우리마을 캠페인’과 8월 수성근린공원 물놀이장 안전캠페인 등을 통해 순찰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토대로 관내 순찰지역을 2개 권역으로 나눠 총 5개 지점의 순찰노선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경찰이 주민이 원하는 곳을 순찰하다 보니 주민들의 호응도는 높다.

경찰은 앞으로 국민제보앱의 여성불안신고의 기능을 개선해 순찰 여부와 시간·장소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순찰요망’ 콘텐츠를 신설하고, 경찰서 홈페이지와 맘카페 등을 통해 순찰에 대한 주민의견을 수집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순찰 노선도 지속적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주민밀착형 탄력순찰제가 성공하려면 경찰뿐 아니라 지역 기관과 주민의 참여도 꼭 필요하다.

범죄 예방은 특정 기관의 정책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하는 문화적 흐름으로 정착된다면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 사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밀착형 탄력순찰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국민의 체감 안전도는 크게 향상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보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나현정 대구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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