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와대 불상은 경주로 되돌아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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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5   |  발행일 2017-09-15 제5면   |  수정 2017-09-15
20170915

1913년 어느 날, 무단통치로 악명 높았던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가 경주를 순시했다. 이때 데라우치는 당시 경주금융조합 이사 ‘오히라(小平)’의 집에 잠시 머물렀는데 거기에서 석굴암 본존불과 닮은 석가여래좌상을 목격하게 된다. 데라우치는 이 석가여래좌상을 매우 탐내는 눈치를 보이며 오히라의 집을 떠났다.

며칠 후, 데라우치가 순시를 마치고 지금의 서울 남산 밑 조선총독관저로 돌아왔다. 그는 관저에 도착하자마자 경주 오히라 집에서 본 석가여래좌상이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척이나 기뻐했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서울로 올라온 석가여래좌상은 좌대부의 하대석을 구비하지 못했고, 1939년이 되어서야 하대석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총독부박물관 조사관은 경주까지 내려갔으나 하대석을 찾지 못했으며 데라우치와 석가여래좌상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서로 남겨놓았다.

“데라우치 총독이 경주를 순시할 제 그 석불을 보되, 재삼 되돌아보며 숙시(熟視)하기에, 당시 소장자였던 오히라가 석불이 총독의 마음에 몹시 들었음을 눈치채고 즉시 서울 총독관저로 운반하였다고 함.”

이 불상은 남산 밑 총독관저에 있다가 1937년 새로운 총독관저가 완성되자 옮겨가게 됐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의 청와대 자리다. 현재 대통령 관저 뒤편에 위치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돼 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지난 8월7일 청와대와 국회에 청와대 불상 제자리찾기에 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동시에 “취임 후 첫 광복절을 맞아 청와대에 있는 일제 잔재 청산에 앞장서 달라”며 진정 취지를 밝혔다.

이에 청와대 비서실은 지난 8월22일 “(청와대) 경내에 위치한 불상의 이운 문제에 대해서는 종교계 및 관련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 수렴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앞으로 시간을 두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해 왔다.

청와대 불상이 경주로 돌아온다면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국민들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제강점기 강제로 제자리를 떠난 문화재가 원래의 자리를 찾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제 잔재 청산에도 한몫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청와대 불상은 경주로 가야 한다. 구진영 (문화재 제자리찾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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