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수표 같은 계란 고유번호 대신 지역·생산자명 표시해야”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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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9 07:23  |  수정 2017-08-19 07:23  |  발행일 2017-08-19 제3면
생산 지역·농장 알기 쉽지않아
‘살충제 계란’ 반품 착오 사례도
경북도 “정부에 제도 보완 건의”
“난수표 같은 계란 고유번호 대신 지역·생산자명 표시해야”
일반란(위)과 등급란의 난각번호. <경북도 제공>

“계란에 번호가 적혀 있지만, 정확하게 어느 지역에서 생산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번호 대신 지역과 생산자 이름을 표시하면 안 되나요.”

‘살충제 계란’이 추가 검출되면서 소비자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은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이 어느 지역, 무슨 농장인지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난각번호가 알려졌지만 17개 지자체 고유번호를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다. 이렇다보니 소비자의 혼란을 덜어주기 위해 고유번호 대신 지역명칭·생산농장·농장주 이름을 넣고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유통되는 계란 껍데기에는 생산 시·도의 고유번호가 표시돼 있다. 지자체별 고유번호(난각번호)는 서울 01, 부산 02, 대구 03, 인천 04, 광주 05, 대전 06, 울산07, 경기 08, 강원 09, 충북 10, 충남 11, 전북 12, 전남 13, 경북 14, 경남 15, 제주 16, 세종 17이다. 일반란의 경우 앞 두 자리에 지자체 고유번호가, 뒷 자리에는 생산자 이름 또는 영문자가 새겨져 있다. 예를 들면 경북에 있는 ‘가나다 농장’ 홍길동씨(HGD)가 생산한 일반란이라면 ‘14 가나다’ 또는 ‘14홍길동’ ‘14길동’ ‘14 HGD’ 등으로 적히게 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등급을 매긴 등급란의 경우 ‘1412345’와 같은 방식으로 표기된다. 14는 지자체번호, 123은 생산자, 마지막 45는 생산된 계군을 뜻한다.

지자체 번호를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일반란의 경우 뒤에 쓰이는 생산자 이름을 농장주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다른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이지만 똑같은 난각번호가 적힐 수 있다. 실제로 살충제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칠곡 C농장의 경우 ‘14소망’이란 난각번호를 사용했는데, 살충제 검사에서 문제가 없는 경주지역 H농장도 똑같은 ‘14소망’으로 계란을 판매해 왔다. H농장 계란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칠곡 C농장 계란이라고 생각하고 반품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빚어지고 있다.

H농장 관계자는 “우리 계란은 적합 판정을 받았는데 칠곡 C농장 난각번호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거래처에서 우리 계란에 대해 반품을 요구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이번 계기를 통해 정부에서는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번호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도는 경주 H농장처럼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른 식용란의 표시사항에 대해 일부 사항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김주령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앞으로 정보공유나 검증 때 동일 농장이름이 사용됨에 따라 발생하는 혼란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며 “특히 경북도는 자체적으로라도 일제 조사를 실시해 동일한 명칭이 사용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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