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에 다당체제…민주당도 한국당도 애탄다

  • 입력 2017-07-23 00:00  |  수정 2017-07-23
文정부 출범후 두차례 임시국회서 거대 여야 영향력 상대적 축소
당대당 연합은 필수…국민의당·바른정당 '캐스팅보트' 몸값 높아져

 출발부터 예견됐지만 20대 국회는 역시 달랐다. 탄핵 정국을 거쳐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여야가 뒤바뀐 현재는 더 그렇다.


 처음부터 양당구도가 깨진 다당제로 출발한 데다 보수정당 분화로 원내교섭단체가 4개에 달해 이전과는 의정 활동의 기본틀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여야 어느 한쪽도 과반을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교섭단체마저 4개이다 보니 당대당 연대라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고, 그만큼 여야의 수싸움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양당 구도에서 '와일드 카드'처럼 통했던 막판 '빅딜'의 여지가 줄어든 대신 지난한 협상과 말 그대로 '협치'가 필요조건이 됐다.


 이 때문에 원내 1당과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좋았던 옛날'과 비교하면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소집된 6월과 7월임시국회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 120석의 의석으로 국정 초반 안정적인 정책 드라이브를걸어야 하는 여당의 입장은 한층 절박하다. 어떤 법이라도 야당의 협조없이는 통과가 어려운 탓이다.


 이 같은 '태생적 한계'는 최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비롯해 정부조직법 처리,인사청문 국면 등 고비마다 족쇄로 작용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내가 을(乙) 중의 을(乙)"이라고 했고, '국회 정상화 합의문' 채택이 불발된 뒤 기자간담회에서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훔치며 설움을 토로하기까지 했다.


 실제 후퇴가 불가피했다. 정부조직법 논의 과정에선 최대 쟁점이 된 '물관리 일원화' 논의를 뒤로 미뤄야 했고, 추경안 역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예산 80억원을 들어내고 목적예비비 지출로 전환해야 했다. 증원 규모도 반 가까이 줄였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국정철학을 입법으로실현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끊임없이 만나고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인내심을 갖고 끊임없이 협치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도 갑갑하긴 매한가지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개정 이후 야당에 힘이 실렸던 19대 국회와 지형이 달라지면서 제1야당의 입지는 오히려 줄어든 게 사실이다.


 중도부터 보수까지 이념 스펙트럼이 퍼져있고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야3당을 규합해 어렵사리 공동 대오를 형성해 놓았지만 결정적 순간에 어느 한쪽이 돌아서는 바람에 '고립무원' 신세가 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당장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표결 당시 국민의당이 표결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첫 뒤통수를 맞았고 이어 김상곤 교육부총리 임명에 반대해 추경 심사를 보이콧하는 상황에서도 역시 국민의당의 변심에 쓴잔을 들어야 했다.


 급기야 전날 추경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신(新)3당 연합'을 형성하는 사실상 고립 작전에 제대로 '왕따'가 됐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현재같은 다당제 구도에서는 제1야당을 무시하기로 마음먹으면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며 "특히 국민의당에는 벌써 4번째 배신을 당한 셈인데, 우리로서도 골치가 아프지만 당장 뾰족한 수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캐스팅 보트'로서 톡톡히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원내 1,2당의 구애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에서 사안별 협력으로 몸값을 키우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의당은 여와 야를 교묘히 오가며 정국의 흐름을 가르는 결정적 역할을했다.


 총리 인준 청문뿐 아니라 지난달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국회가 교착상태에 빠져있을 때 '인사 분리대응' 방침을 밝히며 추경 논의의 물꼬를 텄다. 이어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에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청와대가 나서 대리 유감표명을 하자 추경 논의에 다시 참여하는 등 '냉탕온탕 전략'의 정석을 보였다.


 바른정당 역시 자유한국당과 차별화를 위해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한다는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인사청문 국면에선 추경 심사와 연계한 국회 보이콧에 한국당과 보조를 맞췄지만 이후 추경 심사를 재개한 뒤에는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협상에 임했다. 무엇보다 추경 처리에 전격 협조하며 한국당 고립에 일조, 한국당이 부랴부랴 본회의 참여로 돌아서는 데 상당한 압박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다만 국민의당은 '문준용씨 의혹제보 조작' 사건으로 원내 정당 중 지지율 최하위라는 창당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처해 있고, 바른정당 역시 20석에서 한 명만 이탈해도 교섭단체 지위가 붕괴하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이는 20대 국회가 곡예하듯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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