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삶 통해 본 인간의 에고이즘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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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2   |  발행일 2017-07-22 제16면   |  수정 2017-07-22
예술가 삶 통해 본 인간의 에고이즘
희작삼매//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이소영 옮김/봄고양이/ 248쪽/ 1만2천원

표제작 ‘희작삼매’는 일본 에도시대 대표작가 교쿠테이 바킨의 하루를 통해 예술가가 겪는 작품에 대한 고뇌, 예술가로서의 참모습에 대한 고민을 그려내고 있다. 다양한 인간상이 등장하며 한 명의 참된 예술가가 탄생하기까지의 생각 흐름이 절묘하게 묘사돼 있다. 팬인지 안티팬인지 알 수 없는 애독자, 작가를 글쓰는 기계로 여기는 출판사 사장, 무턱대고 작품을 비난하는 사람들, 생활에 보탬이 안 되는 글쓰기를 반기지 않는 아내, 자신에 대한 불안 등 작가가 희작삼매경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무엇이 그를 희작삼매의 경지로 이끌었을까? 이 책은 인간 내면에 자리한 다양한 에고이즘의 모습을 그려낸다. 동생에게 첫사랑을 양보하고 물러서지만 그것이 온전한 희생이라 단언할 수 없는 언니(가을), 욕심을 버리는 것에 대한 고찰(마술), 선한 목적을 위한 살인에서 시작해 스스로를 옭아매버린 한 남자(개화의 살인), 종이 한 장 차이로 달라지는 보은과 복수(보은기), 첫사랑에게서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 남자와 그에 못지않은 여자(게사와 모리토) 등.

여기에 실린 총 11개의 단편에서 우리는 날카롭게 묘사된 인간의 에고이즘을 맞닥뜨리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숨어 있다. 속살을 드러낸 인간의 에고이즘, 한없이 쓸쓸한 삶, 그럼에도 살아내야 할 의미가 있는 우리의 생이 그의 작품 속에 담겨 있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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