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대학사회의 위험한 신호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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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1   |  발행일 2017-07-21 제8면   |  수정 2017-07-21
[변호인 리포트] 대학사회의 위험한 신호

대학은 필연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기관임을 넘어 근본적 정체(正體)를 확립해야 한다. 연구기관으로서의 본연의 모습이다. 따라서 연구에 중점을 두는 대학원이 대학의 중심기관이 될 수밖에 없고, 연구자가 되고자 하는 이는 누구나 학위과정 속에서 독자적 연구가 가능할 수 있도록 배우고 연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교수의 연구지도는 필수적이고, 연구자는 지도교수의 연구에 참여하는 한편 참여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와 연구방식을 응용, 스스로의 연구를 진행해 자신의 가설을 세우고 검증 절차를 밟는다. 그리고 그 연구가 독자적 평가를 받아 종국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첫째 부작용이 바로 사제 간의 갑질이다. 둘째 부작용은 학문인의 염결성과 연구과정의 윤리성이 쇠퇴하고 배금주의가 결합하면서 정부나 기관의 돈을 횡령하거나 학교의 연구시설을 불법으로 사용해 다른 사기업에 이익을 주는 배임의 문제가 그것이다.

올해 대표적 사례만 보아도 그 정도가 심하며 전국적으로 광범위하다. △제자가 써낸 논문을 새로운 실적으로 보고해 연구비를 타냈다가 파면 당한 성신여대 교수 △허위자료로 국가보조금을 편취하고 연구원에게 지급할 인건비를 가로채 실형 선고된 경북대 및 대구한의대 교수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연구책임자 지위를 이용해 다수의 학생을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해 인건비를 가로채 실형 선고된 부산대 교수 △조교 월급 일부를 사용해 감사받은 포스텍 교수 △학생회 간부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기소유예 처분 후 사직한 대구교대 총장의 사례와 더불어 최근 한 대학병원의 폭행·금품갈취 사건은 더욱 충격을 준다.

전북대병원의 전공의 A씨는 선배들의 주말 식사비용으로 50만~100만원을 늘 준비해두고 선배 의사들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갈취당했다. A씨는 학교 측에 정식으로 신고하지 못하다가 최근 병원을 그만둔 후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A씨에 따르면 평소 뺨을 맞거나 발길질을 당해온 터라 두려움이 앞섰고, 평소 같은 과 펠로 교수는 술자리에서 “후배들은 좀 맞아야 한다”는 말을 즐겨 했기 때문에 신고가 오히려 불이익을 부추길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펠로 교수로부터 직접 구타당한 적도 있다고 하니 오죽했을까.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허위사실·무고라고 강변했지만, A씨는 최근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금품을 갈취당한 대화 녹취록과 통장사본을 제출한 상태다.

지난 정부 청와대를 둘러싼 광범위한 직권남용과 뇌물, 의료법 위반, 국회 위증이 있어 국민들은 지도층의 권력남용과 부패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제 학생들이 대학에서 촛불을 들어야 하겠는가. 폐쇄 사회인 대학의 도덕 불감증에 대하여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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