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알파시티 편법 분양, 權시장의 결정은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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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0   |  발행일 2017-07-20 제30면   |  수정 2017-07-20
[취재수첩] 알파시티 편법 분양, 權시장의 결정은
진식기자<경제부>

대구 수성의료지구(알파시티)의 알맹이 격인 의료시설용지(8만2천㎡) 분양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알파시티 기반 조성 공사는 올 연말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의료시설용지는 아직 팔리지 않고 있다.

알파시티 개발·실시계획에 따르면 의료시설용지엔 외국인 투자만 가능하다. 이에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하 대경 경자청)은 지난 3년간 이곳에 외국기업투자(이하 외투)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해외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최근엔 외투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말썽도 일으키고 있다. 알파시티에 홍콩계 투자금 1억달러를 유치하겠다며 나선 한 민간 개발시행사가 지역 병원들을 상대로 소위 1대 1 매칭 투자 유치에 나서면서부터다.

의료시설용지를 조성원가(3.3㎡당 350만원) 이하로 분양해 줄 테니 홍콩계 투자기업이 체류형 의료관광호텔을 짓는 데 분양가만큼 투자하라고 권유한 것이 문제가 됐다. 예컨대 병원이 3천300㎡(약 1천평)를 35억원에 분양받으면, 의무적으로 추가로 35억원을 호텔 건립에 투자해야 하는 식이다.

알파티시 땅값이 조성원가의 곱절 이상 뛰어오른 현실을 감안하면, 싼 분양가를 미끼로 호텔 투자를 유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홍콩계 투자기업에는 호텔 건립비용은 물론 리스크 부담도 줄여주는 격이다. 홍콩계 투자기업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알파시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설상가상 해당 시행사의 신뢰성에도 금이 간 상태다. 핵심 인물이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데다, 불과 한 달 전 대구 수성구에 주소를 두고 설립한 신생 업체여서 투자유치실적도 전무하다. 알파시티 외투 유치를 위해 급조된 업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해당 시행사는 얼마 전 홍콩계 투자기업으로부터 알파시티 투자를 약속받았다고 한다. 대경 경자청은 이런 사실을 대구시에 보고하고 권영진 시장의 결심을 기다리고 있다. 편법 분양과 신뢰성 부재라는 흠결로 얼룩진 시행사와 손을 잡을지에 대해 권 시장에게 공을 넘긴 것이다. 권 시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내달이면 새로운 대경 경자청장이 부임한다. 경자청장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번갈아 가며 추천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임명 동의가 있어야 한다. 후임 대경 경자청장에 대한 추천·임명권은 경북도가 갖고 있다.

이 와중에 벌써부터 알파시티 조성사업에 대한 비관론이 나돌고 있다. 경북도 안팎에서 대구시장이 임명한 현 대경 경자청장이 임기 동안 경북지역 경제자유구역(포항·경산·영천)은 등한시하고 알파시티만 챙기는 데 급급했다며 섭섭함을 노골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차기 경자청장은 경북도지사가 임명하는 만큼, 앞으론 알파시티는 뒷전이고, 경북의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경북도 입장에서 보면 이해도 되지만, ‘한 뿌리’를 기치로 내건 대구·경북 상생모드에 찬물을 끼얹어선 안된다. 차기 대경 경자청장의 행보도 사뭇 주목된다. 진식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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