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코스타리카, 근무 중 커피타임 필수…현지 진출 韓 기업에는 넘어야 할 산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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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0 07:33  |  수정 2017-09-05 11:48  |  발행일 2017-07-20 제15면
낙천적이고 삶의 여유 중요시해
‘지나친 노동시간 금지’ 法에 명시
외국기업도 같은 잣대로 들여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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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카르타고 투리알바 지역에서 소를 방목하며 키우는 풍경. ‘Pura Vida’라는 단어와 아주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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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용<경북PRIDE상품 코스타리카 해외시장 조사원·자유기고가>

중남미 사람 하면 한국 사람에게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낙천적이고 느긋하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사실 한국 사람들이 항상 시간에 쫓기고 여유가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코스타리카의 경우 인사말로 ‘Pura Vida’(푸라비다·순수한 삶)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말 그대로 ‘순수하고 걱정 없고 자연을 사랑하는 삶을 살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아무리 어려운 문제나 일을 수행하면서도 ‘푸라비다’라고 서로 인사를 하는 모습은 배울 점도 많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너무 낙천적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코스타리카 사회에서는 여러 방면에 푸라비다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노동법에도 지나친 노동시간을 금지하고 일정 시간 이상의 휴식을 꼭 지키도록 하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나 여성, 특히 임산부에 대해 많은 배려를 한다. 물론 중남미 다른 국가에서도 노동법 규제는 비슷한 수준으로 존재할 수 있으나, 코스타리카의 경우 노동부 시스템이 활성화 되어 있어 보다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또 노동법에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매우 특이한 문화가 존재하는데 ‘Hora de Caf’라는 것이다. ‘Hora de Caf’는 우리말로 ‘커피 타임’이라는 뜻으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근로시간 중 규정한 것이다. 법적으로 커피 타임을 주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적으로 많은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일단 일정기간 운영을 하고 나면, 근로자들이 회사의 정책적인 부분으로 이해하게 되어 커피 타임을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이는 법적 문제가 되기까지 한다. 커피타임이라는 것은 꼭 커피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간식 먹는 시간으로 활용되는데 대략 10~15분 정도로 오전 9~10시에 자유롭게 운영된다. 한국의 회사들에는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도 있는 이 커피타임은 코스타리카 사람들에게는 매우 당연한 것이다.

‘Hora de Caf’는 유치원·학교에서는 ‘Merienda(간식)’라는 이름으로 시작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간식을 준비하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마트에서는 아이들 간식에 최적화된 과자류나 음료가 많이 판매된다.

어른들의 간식시간은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다. 보통 샌드위치나 토르티야부터 코스타리카의 전통적 아침식사 가요핀토까지 언뜻 보면 그냥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직장에서 오전 9시 정도만 되면 자리를 떠나 간식을 먹으러 가는 직원들을 보면서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조금은 어이없다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그들에게 매우 당연시되는 문화이다. 심지어 코스타리카의 노동부는 외국 기업들이 사업 진입초기에 ‘Hora de Caf’를 직원들에게 주는지에 대한 부분을 검토하기까지 한다.

참고로 코스타리카에는 1990년대에는 많은 한국의 섬유업체가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와 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경쟁력을 잃어 점차 주변국인 과테말라·니카라과 등으로 공장을 철수하게 됐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코스타리카의 노동법이 지나치게 근로자 편에 서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여유와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문화를 반영한 노동법을 모두 지켜가면서 제조업을 운영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17년 현재에는 코스타리카에 대우버스 공장, 세아스피닝 방적공장이 한국의 제조업체로서 운영되고 있지만, 현지의 노동법과 ‘Pura Vida’로 대표되는 삶의 방식은 여전히 넘어야 할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홍성용<경북PRIDE상품 코스타리카 해외시장 조사원·자유기고가>
<영남일보 - < 재> 경북도 경제진흥원 공동기획>
※원문은 ‘경북PRIDE상품 지원센터 홈페이지(www.prideitem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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