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의 미·인·만·세] 공공미술과 세라의 ‘기울어진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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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9   |  발행일 2017-07-19 제30면   |  수정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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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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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연구소 소장

공공미술은 안정된 독립공간인 갤러리나 미술관을 벗어나 도시의 거리나 공원 등 야외공간에 놓이는 작품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에 세워지는 공공미술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왜 그럴까? 공공미술, ‘공공’과 ‘미술’이라는 말의 결합은 논란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공공(Public)이 사회의 공적인 요소나 공동체를 전제한 반면에 미술(Art)은 개인의 독창성이나 상상력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작가의 독창성이 담긴 미술품은 대부분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감상의 대상으로 전시를 하고, 공공미술은 삶의 공간, 정확히는 장소적 특성, 작품이 놓일 장소가 가진 시·공간적 관계성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모순 속에서 개인의 생각과 다수의 가치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미술가의 표현과 시민의 자유 사이에서 10년간의 찬반논쟁으로 법정 다툼을 했던 공공미술이 있다. 바로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기울어진 호(Tilted Arc)’다. 이 작품은 1981년 미국 연방조달청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높이 3.6m에 길이 36m, 무게가 73t이라는 거대한 강철조각판이다. 이 거대한 조각판은 당시 17만5천달러를 들여서 뉴욕 맨해튼 연방청사 광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서 있는 공공미술조각이었다.

뉴욕의 다운타운인 페더럴 플라자에 설치했던 그의 조각은 얼마 가지 않아 일반 대중과 정치가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세라의 작품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도시경관뿐 아니라 작품이 놓인 광장의 기능을 방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반대에 부딪힌 공공시설국은 1985년 세라의 조각을 다른 장소로 이전할 것을 제안했지만, 세라는 ‘작품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은 작품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찬반논쟁은 공청회와 TV토론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법정공방 끝에 세라의 철판조각은 철거되었다.

이제 공공미술이 도시환경의 필요악인지 선인지에 대한 논쟁은 소모적일 뿐이다. 공공미술은 삶의 공간에서 그만의 존재감으로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같지만 다른 것, 다르지만 같은 것 그 사이에서 일상에 매몰된 선입견과 편견에서 자유로워지는 경험, 그 속에서 나와 세상을 보는 생각이 자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 장소에 놓인 공공미술은 상투적인 방식을 벗고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존재감이다. 조진범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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