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대생들아 겸연쩍어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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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8   |  발행일 2017-07-18 제29면   |  수정 2017-07-18
[기고] 지방대생들아 겸연쩍어하지 마라

대구에 10여 년 살면서도 직장의 특성상 대학생이나 젊은이들과는 거의 교류를 하지 못했다. 가끔 동성로에서 젊은이들을 보면서 이들은 무슨 꿈을 꾸고, 어떤 희망을 갖고 있을까 궁금해하곤 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계명대 교수 한 분이 쓴 대구의 대학생들에 관한 논문 내용이 한 시사잡지에 실린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방대생들로 대표되는 지방 청년들은 ‘신자유주의 경쟁체제 속에서 생존에 몰입하는 주체’라는 기존의 청년 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지방대생들은 ‘착하고 관계 중심적’이며, ‘성공을 위해 독하게 자기계발에 나서거나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고 뻔뻔한 기생적 속물은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서울로 진학하거나 취업하기 어려움을 알고, ‘상황을 느슨하게 만들기’ 전략으로 ‘자기 보존’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찾는다는 것인데, 그러나 이러한 ‘도전 의지의 상실’에 대하여 좀 미안한 감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이러한 속성은 ‘성찰적 겸연쩍음’이라는 재미있는 용어로 표현됐다.

이것이 사실(fact)이라 하고, 지역사회는 이들을 어떤 시각으로 볼까 생각해볼 일이다. 우선 대구경북의 속성 상 많은 사람은 이들을 경쟁에서 밀린 낙오자들로 여길지 모른다. 혹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별로 기대할 것 없는 존재로 딱하고 안쓰럽게 생각할 수도 있다. 예전 사대부가 지배하던 전통사회에서 젊은이는 과거에 급제, 중앙의 관리로 입신양명하는 것이 최고의 성공으로 인식되고 찬양받았다. 다른 지역도 그렇긴 하지만, 대구경북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특히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과거 대구지역 중고생들의 성공 공식은 서울 일류대 진학, 고시 합격, 고위 관료, 정계 진출이었다. 아직도 이러한 경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입시가 끝나면 대구의 고등학교는 서울의 소위 SKY대학 합격자 수로 등급이 매겨지고, 그에 따라 아파트가격까지 영향을 받는다. 여유 있는 집에서는 아예 자식들이 초·중등학생일 때 서울로 유학을 보낸다. 일부 경북 자치단체에서는 서울에 기숙사까지 지어 지역 출신 대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는데, 대구의 지역출신 대학생들을 그렇게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하였다. 그러나 서울에 진출한 대구경북 출신들이 다시 돌아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하는 수가 얼마나 될지는 매우 의문이다. 심하게 말하면 인구 감소, 특히 청년층 유출로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인구유출을 부추기는 모순된 시책을 쓰고 있는 셈이다.

나는 대구경북 지역사회가 지방대학 학생들, 혹은 서울에 취업하지 못하고 지역에 머무르는 청년들에게 좀 더 따뜻한 시선과 정책적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연구자도 말하듯, 그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다. 열심히 했는데도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데 어쩌겠는가. 더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의 앞으로 남은 긴 생애 중 희망과 변화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이런 것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지방자치시대가 될 것이다. 결국 지역사회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몫이다. 지역사회의 미래는 지역에서 공부하고 지역에서 일하면서 살아갈 청년들에게 달려 있다고 본다. 10년, 20년 후에는 지금 겸연쩍어하는 청년들이 시·도의원과 공무원이 되고, 기업을 운영할 것이며, 그들 중에서 시장과 도지사가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로 진출한 청년들보다는 지역에 남은 이들이 정말로 중요한 지역의 인적자원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연구하신 교수님의 에필로그가 인상적이다. “지방에 남은 청년들은 졸업 후 몇 년 지나 연락해보면 신기하게도 그럭저럭 다 결혼도 하고 애도 키우고, 저 월급으로 가능할까 싶은데 잘들 살고 있다.” 여기서 ‘신기하게도’라는 표현은 ‘대견하고도 안심된다. 희망을 본다’라는 따뜻한 시각일 게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이상용 (지속가능 도시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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