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소년법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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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4   |  발행일 2017-07-14 제23면   |  수정 2017-07-14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 피의자인 10대 소녀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소년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의 공범인 박모양 측 변호인은 지난주에 열린 2차 공판에서 재판부에 상급심까지 고려해 올해 12월 전에 재판을 종결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그 이유가 소년법 때문이었다. 재판이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면 올해 만 18세인 박양이 소년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소년법은 범죄를 저지른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적용되는데, 성인에 비해 경미한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소년법은 징역형의 죄를 저지른 소년범에는 장기 10년, 단기 5년형을 최대로 하고, 살인을 저지르거나 공모했을 경우에도 20년 이상 구형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양이 소년법 적용을 받지 못하면 올해 만 17세인 이 사건 주범 김모양보다 형량이 무거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김양은 초등생 살해가 박양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이야 어떻든 이들이 소년법 덕분에 감형받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다.

초등생 살해 사건은 10대 소녀들이 한 짓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계획적이고 잔혹했다. 김양은 초등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일부를 박양에게 건네기까지 했다.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못할 끔찍한 범죄를 이들은 어떻게 그토록 태연하게 저지를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사이버공간에서의 모의 범죄가 현실 범죄로 이어진 경우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들은 SNS를 통해 잔혹 범죄물을 접하고 공유했으며, 특히 김양은 식인 살인마의 엽기적 행각을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 ‘한니발’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 잔혹물을 즐겨 보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경찰도 밝혔듯이 이들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녔을 가능성이 크다.

청소년 사이코패스 못지않게 멀쩡한 10대들이 저지르는 각종 범죄도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미성년자가 저지르는 살인, 강도, 성폭력 등 각종 강력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갈수록 연령대가 낮아지고 집단화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 미성년 범죄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현행 법의 문제도 있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단지 법적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게 옳은 것일까.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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