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인물 - 이 세계] 권영삼 포항 남부경찰서 문덕파출소 경위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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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4 07:11  |  수정 2017-06-24 07:12  |  발행일 2017-06-24 제2면
트로트음반 4장 낸 경찰가수 “이웃에 꿈·희망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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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삼 경위가 지난 4월 포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뜻을 담아 4집 음반 ‘비바 포항’을 선보였다. <권영삼 경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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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400회 이상 재능기부·거리공연을 펼쳤다. 겨울에는 대형마트나 포항시내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불우이웃돕기 모금행사도 했다. 아래위로 하얀색 바지와 재킷을 입은 그를 보고 있으면 잘나가는 트로트 가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하나의 옷이 있다. 각이 딱 떨어지는 경찰 제복이다. ‘경찰’과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포항남부경찰서 문덕파출소 권영삼 경위(50)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용필에 홀린 초등학교 5학년

외근을 마치고 파출소로 복귀한 권 경위의 첫인상은 평범했다. 그러나 솔로가수로 정식 데뷔 전에 불렀다던 가수 김상배의 ‘안돼요 안돼’ 첫 소절을 듣자마자 가수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가 부르는 몇 소절의 노래에 발라드풍의 애절함이 고스란이 녹아있다.

권 경위는 경로당이나 장애인시설 등을 찾아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일을 20년째 하고 있다. 웬만한 포항지역 사람들은 전 대통령 김영삼보다 ‘경찰가수’ 권영삼을 더 잘 알고 있을 정도다.

어린 시절 노래를 부르는 게 마냥 좋았다는 권 경위는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카세트플레이어를 처음 접했고, 그때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들은 뒤 ‘홀렸다’고 했다. 그는 “조용필의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의 노래를 모두 섭렵했을 정도”라며 “조용필의 노래에 매료돼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조용필에 홀려 가수 꿈 키웠지만
안정적인 생활 위해 경찰에 입문
업무 익혔을 무렵 숨겨둔 끼 발산
전국노래자랑 연말결산서 최우수
20년간 400회이상 기부공연 펼쳐



고교 졸업 후에는 대구의 한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했다. 좋아하는 노래는 마음껏 불렀지만, 생계유지가 문제였다.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했던 그는 1992년 공채시험을 통해 경찰에 입문했다.

경찰 제복도 좋았지만 가슴 한편에는 늘 ‘가수’의 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경찰관으로서 어느 정도 업무를 익혔을 무렵인 1996년 전국노래자랑에서 그동안 숨겨둔 끼를 발산했다. 전국노래자랑 포항시편을 통해 실력을 뽐냈고 매주 뽑힌 입상자들의 경쟁무대인 연말 결산에선 당당히 최우수상에 이름을 올리며 가수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어려운 이웃이 부르면 달려가

90년대까지만 해도 경찰 조직 풍토는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던 것으로 회상하는 권 경위는 “오히려 그런 경찰 이미지 쇄신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노래를 통해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국민의 경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당했다. 꿈과 희망을 전하는 ‘민중의 지팡이’가 될 수 있음을 스스로 믿었다. 용기를 낸 그는 97년 1집 음반 ‘단 한 번에 KO’를 발표하면서 ‘경찰가수’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소화하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힘을 불어넣는 위문공연도 이어갔다. 2006년 2집 ‘잡지마라’(배일호 작사·작곡), 2013년 3집 ‘한번만 더’(배일호 작사·작곡)도 내놨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 내부의 인식도 많이 변했고 덩달아 가수로서의 활동도 한결 수월해졌다. 처음 가수로 데뷔하고자 했을 때의 꿈을 실현한 그는 2014년부터 경찰청 홍보메신저로, 2015년 경찰청 동료강사로 각각 활동하고 있다. 권 경위는 든든한 지원을 해 준 아내와 아이 둘, 그리고 관람객의 박수가 ‘경찰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노래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 4월에는 4집 ‘비바 포항’을 선보였다. 이 음반에는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침체된 포항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은 소망을 담았다. 최근 제작된 포항시 홍보 영상에 ‘비바 포항’이 입혀져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권 경위는 “이 노래를 통해 포항시민들이 작은 위안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면서 “아울러 어디든지 어려운 이웃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무대가 마련된다면 달려가겠다”고 약속했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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