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막힌다 싶으면 날아서…상상의 ‘플라잉카’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 노인호
  • |
  • 입력 2017-05-27 07:42  |  수정 2017-05-27 09:17  |  발행일 2017-05-27 제12면
■ 이르면 2020년 상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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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에어로모빌의 ‘에어로모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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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라푸지아의 ‘TF-X’ 렌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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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팔-V의‘리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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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디자인과 에어버스 합작의 대중교통용 플라잉카 ‘팝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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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출근길 도로가 주차장처럼 막히자 차량 한 대가 그 자리에서 수직으로 날아오른다. 날개를 펴 비행기처럼 변신한 차는 교통지옥을 눈 깜짝할 사이 탈출했다. 평상시엔 일반 차량처럼 도로를 달리지만 급하거나 교통체증이 심할 경우 비행기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플라잉카(flying car)’다. 공상과학소설 같은 이야기로 들리지만 이르면 3년 뒤 2020년엔 이처럼 영화같은 일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플라잉카의 특징을 ‘지상 주행이 가능한 소형 비행기’와 구분해 자동차 운전면허증으로 간편하게 조종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도로주행의 경우 시속 240~320㎞, 공중비행의 경우 비행거리 1천300㎞ 이상이 모두 가능한 5인승 이하의 자동차로 정의하고 있다.

전 세계 미래자동차 개발 경쟁이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로 옮겨붙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를 넘어 이제는 플라잉카 개발이 한창이다. 이르면 2020년부터 판매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목할만한 플라잉카

세계 최초 상업용 예약 ‘리버티’
비행거리 500㎞·최고속도 160㎞

3분만에 하늘 나는 ‘에어로모빌’
2인승 구조 비행최고속도 750㎞

‘더 트랜지션’만든 美 테라푸지아
수직 이착륙 가능한 소형화 구상
日도요타도 상용화 프로젝트 합류


풀어야 할 숙제는

안전성·교통법규 등 과제 산적
추락시 큰 인명피해 가능성 높아
낙하산 등 안전대책 마련 필수적



현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상업용 플라잉카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고, 일본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26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이미 상업용 플라잉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네덜란드 기업인 ‘팔-V’는 지난 2월 자체 개발에 성공한 ‘리버티’를 2천500~2만5천유로(310만~3천100만원)의 예치금을 받고 예약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덕분에 전 세계 최초로 상업용 플라잉카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 회사의 리버티는 헬리콥터와 자동차를 결합한 형태로 비행 거리는 500㎞, 도로주행 거리는 1천300㎞에 이른다. 최고 비행 속도는 시속 160㎞, 최고 주행 속도는 시속 180㎞다. 출시 예정연도는 2020년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가격은 특별판으로 전 세계 90대만 한정 판매하는 ‘파이어니어 에디션’이 49만9천유로(6억2천600여만원), 일반 버전이 29만9천유로(3억7천500여만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슬로바키아 회사인 에어로모빌은 지난달 모나코에서 열린 럭셔리 슈퍼카 전시 행사인 ‘탑 마르케스’에서 회사 이름과 같은 플라잉카 ‘에어로모빌’을 공개했다.

에어로모빌은 도로를 달리다 공중 비행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차량 안에 접혀 있던 날개가 양쪽으로 펼쳐지면서 비행기 모드로 변신한다. 더욱이 접혀 있던 날개가 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인승으로 주행 중 최고 속도는 시속 160㎞, 비행속도는 시속 250~750㎞까지 가능하다. 가격은 130만~160만달러(14억5천만~17억9천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안에 사전 예약 판매에 들어가 2020년엔 완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탈리아의 자동차디자인 전문기업인 ‘이탈디자인’과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는 지난 3월 열린 ‘2017 제네바 모터쇼’에서 대중교통용 플라잉카 ‘팝업’을 선보였다.

3단으로 분리, 합체되는 형태인 이 플라잉카는 승객이 타는 ‘캡슐’ 부분을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차와 비행을 위한 무인기(드론)에 각각 결합해 지상과 공중 모두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형태로 제작됐다. 즉 차량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는 자율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에 캡슐을 결합해 자동차로 이용하고, 복잡한 도시로 들어올 경우 캡슐을 8개의 프로펠러가 있는 드론과 결합해 하늘을 나는 비행기로 이용하는 식이다. 차량에 날개를 단 것이 아니라 사람이 탈 수 있는 캡슐을 중심으로 자동차 또는 드론으로 합체했다가 분리하는 식의 플라잉카인 셈이다.

미국에서는 2003년부터 정부의 지원 아래 플라잉카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 정부는 2005년 차세대교통시스템연구소를 설립해 기업들의 플라잉카 개발을 위해 고속도로 시험주행 인증 면제 등 제도 정비에 집중해오고 있다.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2006년 설립된 미국 테라푸지아는 2009년 2인승 도로주행 비행기 ‘더 트랜지션’을 개발해 3년 이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엔지니어들이 만든 이 회사의 플라잉카는 스포츠용 경비행기와 보통자동차를 합쳐 놓은 형태로, 비행 거리는 640㎞, 비행 속도는 시속 160㎞다. 현재 미국 판매에 필요한 법적 승인을 얻어 대당 1만달러(1천100만원)의 예치금에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 판매 가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30만달러(3억3천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또 일반 판매용으로 20만달러(2억2천만원) 미만 가격의 ‘TF-X’라는 4인승 플라잉카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 제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수직 이착륙과 컴퓨터 통제 비행 기능을 갖추는 한편 보통 자동차와 똑같은 주차 공간에 주차가 가능하도록 소형화한다는 것. 통상 비행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가 필요하지만, 그 자리에서 곧바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도록 작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연료를 전기차처럼 배터리로 구동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구글 공동창립자 래리 페이지가 개인 돈 1억달러(1천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지닷에어로’도 플라잉카 개발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전기배터리로 작동하며,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카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이 회사의 자금 출처와 활동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구글의 공동창립자가 개인돈을 투자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자동차도 플라잉카 개발에 합류했다.

2020년 열리는 도쿄올림픽 전까지 플라잉카 상용화를 목표로 세운 도요타 자동차는 일본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프로젝트팀 ‘카티베이터’에 4천만엔(약 4억원)을 우선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 자동차와 항공회사, 벤처기업 등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퇴근 후 모여 진행해오던 소규모 프로젝트에 도요타자동차가 직접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본격적인 투자와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당장 3년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전까지 상용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림픽 개막식 등에서 이벤트로 활용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티베이터가 개발 중인 플라잉카는 지상 10m 높이에서 시속 100㎞로 비행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지만, 우선 올림픽 전에 개발에 성공해 도쿄올림픽 성화대에 불을 점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플라잉카의 안전성이나 기존 교통법규 등 여러 면에서 정비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것.

2015년 5월 에어로모빌의 플라잉 카가 시험 비행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당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 사고 예방에서 운전자에겐 안전띠가 필요하지만 플라잉카에선 낙하산이 필요하다”며 “플라잉카 사고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전대책 마련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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