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잇단 금리인상 예고…韓, 한계가구發 연쇄 경기침체 우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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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7 07:14  |  수정 2017-05-27 09:15  |  발행일 2017-05-27 제11면
20170527

미국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 3월 정책금리를 인상(5월 현재 0.75~1.00%)했고, 앞으로 2019년 말까지 3% 수준으로 점진적인 인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당장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6월 또다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새 정부 출범 이후 25일 처음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국내 기준금리를 동결해 11개월째 1.25%로 유지되고 있다. 다행히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는 없겠지만, 6월 미국 금리가 인상되고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기준금리 인상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리가 인상되면 한계가구의 이자부담이 급증해 소비 부진과 대출 부실화로 이어지고, 이는 또다시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 있는 만큼 그 이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위기의 한국경제
Fed, 6월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
韓銀 기준금리 인상 압박도 커져
올 1분기 말 가계부채 1천359조
전체 대출 70%가 변동금리 상품

금리폭탄 대책은?
예대율 등 조정 유동성 관리강화
주택담보·집단대출도 억제해야
고정금리·원금분할 비중 높이고
채무조정·회생제도 확충도 필요

◆금리인상, 소비부진과 대출부실화 폭탄의 뇌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천359조7천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분기별 가계부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올 1분기 가계부채 증가액은 17조1천억원으로 작년 4분기(46조1천억원)보다 큰 폭으로 줄었고 2분기 들어서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가계부채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전인 2013~2014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된 탓에 금리 인상 요인이 여전한 상황인 데다, 전체 대출의 70% 이상이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상품이라는 것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가계부채는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절반 이상이고, 전체 대출의 71.6%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따라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통상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대출금리 상승폭이 더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은의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시장의 대출금리는 3%포인트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후 1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2배 가까이, 저축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4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런 만큼 미국이 또다시 금리를 인상하고 국내 기준금리가 상승해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은행권 등으로부터 돈을 빌린 가구, 특히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 3%포인트 상승 시 부채 보유가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38.7%에서 43.9%로, 한계가구의 DSR는 127.3%에서 134.0%로 상승할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망했다. 부채 보유가구의 연 평균 이자비용은 308만원에서 476만원으로, 한계가구는 803만원에서 1천135만원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 이자부담이 늘면 가계는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내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부채보유가구 중 70.1%가 원리금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이들 중 74.5%는 지출을 줄이고 있다. 부채보유가구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상환부담이 증가할 경우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이를 채무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고,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연결되지 못한 채 소비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가계발 금융위기인 신용카드 부실사태와 비교하면 부실 축적과정에서의 유사점으로 미뤄볼 때, 앞으로 가계부채 부실이 현실화되고 소비도 크게 침체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을 수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대폭 낮췄고, 신용카드 발급과 카드대출, 그리고 이와 관련한 규제 완화로 대출이 급증했다. 또 부동산시장 활황으로 담보가치까지 상승해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확대됐다. 이렇게 되다보니 가계신용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웃돌며 가계의 부채상환여력이 악화됐다. 이렇게 가계 신용카드 대출이 급격히 팽창, 축적된 부실이 2002년 말부터 폭발하면서 ‘카드대란’ 사태가 발생, 대규모 신용불량과 큰 폭의 소비침체가 발생했던 상황과 지금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뭘 준비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예대율과 충당금 적립률 조정 등을 바탕으로 한 금융기관의 유동성 확대 관리, 총량규제를 통한 총유동성 관리를 강화해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제1금융권의 여신관리 강화를 통해 제2금융권의 여신이 크게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 비은행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장에 과도한 충격을 주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다음은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세를 방지하기 위해 주택 공급시장 관리, 주택담보대출 및 집단대출 규제 강화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전방위적인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한 대출규제 완화 및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바탕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증가한 데 기인한 만큼 주택 공급시장 관리, 주택담보대출 및 집단대출 규제 강화 등을 바탕으로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방지하고 투기적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가계부채의 급속한 증가속도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다만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를 급격히 강화할 경우 주택시장 하방리스크 증가 및 실물경기 악화 가능성이 있어 단계적으로 시행하되 과열 지역부터 차등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고정금리 대출 비중 및 원금 분할상환 비중을 확대하는 등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고 변동금리 대출의 고정금리 전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 채무상환부담 문제를 완화하고, 원금 분할상환 비중을 늘려 부채의 건전성을 개선하고 만기 일시상환 시 발생할 수 있는 채무불이행 위험을 축소해야 한다. 또 분할상환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원리금상환부담이 큰 채무자의 경우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채무자의 상환능력에 대한 엄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해 적격한 상환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채무자에 대한 과잉 대출도 방지해야 한다.

이미 부실위험이 높은 위험가구에 대한 채무조정 및 회생제도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채무상환부담 증가로 위험가구의 채무불이행이 늘어날 경우 가계의 부실이 실물시장으로 전이되고 경제 전반에 걸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리금상환 연체 및 채무불이행 상태에 처한 부실가구가 재활할 수 있도록 상환기간 연장, 채무감면 등 채무조정제도를 강화함으로써 부실가구의 채무부담 완화 및 신용회복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 거치기간 종료에 따른 원금상환부담 본격화 등으로 인한 가계의 채무상환부담 상승이 소비지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소비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계소득 증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소비여력을 갖춘 계층을 확대, 일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등 가계소득 증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 도움말=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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