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왕산(王山·해발 923.2m, 경남 산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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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6   |  발행일 2017-05-26 제38면   |  수정 2017-05-26
산비탈의 7단 돌무덤 구형왕릉 ‘흡사 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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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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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의태 약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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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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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 정상에서 바라본 지리산 정상. 지리산 정상부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있다.

햇살이 따갑다. 산중에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들머리인 구형왕릉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짐을 챙기는 동안 데워진 아스팔트 열기가 후끈거린다. 도로를 따라 구형왕릉으로 오르는 길 가장자리에 김유신 사대비(射臺碑)가 있다. 가락국 10대 왕인 구형왕은 김유신의 증조부로 김유신이 어린 시절 구형왕의 무덤 앞에서 수년간 시묘살이를 하며 활쏘기를 연마하던 곳이다. 주차장에서 5분 거리에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돌무덤이 사적 제214호인 구형왕릉이다. 무덤은 경사면에 돌을 7단으로 쌓아올린 구조를 하고 있고, 무덤 앞에는 ‘가락국양왕릉’이라 적힌 비석과 석상들이 세워져 있다. 왕릉을 돌아본 후 건넜던 다리를 되돌아 나와 계곡 상류로 ‘왕산 4.8㎞’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오른다. 5분쯤 걸어가자 계곡을 따라 바로 오르는 길과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는 갈림길을 만난다. ‘약수’라고만 적힌 이정표를 따라 계곡을 건넌다. 완만한 숲길을 오르다가 작은 능선을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도가 툭 튀어나온다. 아래 주차장에서 임도를 따라 오르면 만나는 길이다. 임도 가로수로 고로쇠단풍나무를 심어두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로쇠 수액을 채취한 흔적이 보인다. 임도를 따라 20분 정도 오르면 왼쪽으로 왕산사지, 류의태약수터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입구에 부도 몇 기가 서있는 왕산사지에서 약 200m를 나가면 류의태약수터다. 동의보감의 저자인 허준의 스승인 류의태 선생이 이곳의 약수로 탕약을 조제하였다고 전해지는 약수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근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들머리인 구형왕릉 주차장서 5분 거리
김유신의 증조부로 가락국 10대 왕 무덤
그 앞엔 ‘가락국양왕릉’ 비석과 석상들
인근엔 허준의 스승인 류의태 약수터

정상에 서면 잔설 남은 지리산 풍광도
헬기장과 ‘소왕산’표석 지나자 바윗길
망바위 올랐다 솔밭 능선 끝자락 망경대
고려말 충신 민안부의 절개 서린 바위


약수터에서 망경대로 향해 정상으로 오르거나, 평전샘 갈림길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갈림길이다. 일행은 평전샘을 지나 정상에 올랐다가 망경대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방향을 잡는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산허리를 따라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오르막 구간이라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버겁게 느껴진다. 간혹 키를 훌쩍 넘는 진달래 군락이 펼쳐지고 이것이 등산의 지루함과 고단함을 달래준다.

35분 정도 오르자 능선을 만나는 지점의 넓은 공터에 평전샘 갈림길 이정표가 서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평전샘을 찾을 수가 없다. ‘왕산 정상 0.98㎞, 왕산 정상 0.72㎞’로 적은 두 갈래의 이정표가 서있다. 욕심 같아서는 짧은 코스를 택하고 싶지만 누군가 짧은 구간 이정표 아래에 볼펜으로 여러 번 덧칠을 해가며 ‘길 없음’이라고 적어두었다. 일행은 왼쪽의 긴 코스를 택한다. 소나무가 주를 이루는 숲길을 15분 정도 오르자 정상 직전의 갈림길을 만난다. 정상까지 올랐다가 되돌아 나와 망경대 방향으로 하산하는 지점이다. 약 500m 거리인 정상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인데 멍석 같은 깔개가 깔려있다. 정상표석과 삼각점이 나란히 있는 정상에 서면 남쪽 정면에 웅석봉에서 중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병풍 같은 지리산의 동부 능선이 지척이다. 왕산 일대는 진달래가 만발한데 지리산 정상부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있다. 동쪽으로 눈을 돌려 능선을 이어가면 뾰족한 붓 모양을 한 필봉산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생초면에서 오부면을 지나 산청읍으로 흐르는 경호강이 굽이져 흐르고 있어 산과 강이 조화를 이룬 풍경이다. 정상에서 되돌아 나와 갈림길에서 능선을 따르면 헬기장을 지나 ‘소왕산’이라 적힌 작은 표석이 있는 봉우리를 지난다. 예전에 이곳에 왕산 표석이 잘못 세워져 최근에 소왕산으로 새로 표석을 세운 것이다. 우람한 소나무 아래에 데크를 깔아 쉼터를 만들어둔 곳을 지나 능선을 따르면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바윗길로 바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바위봉우리 위에 서게 되는데 망바위다. 데크를 깔아 전망대를 만들어 두었는데 발아래에 산청 전통한방휴양관광지가 내려다보인다. 멀리는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이 배경을 하고 있다.

나지막한 안부에 내려섰다가 다시 작은 봉우리를 넘어 솔밭 같은 완만한 능선을 따르면 그 끝자락에 ‘망경대(望京臺)’라 적힌 바위와 비석이 세워져 있다. 고려 공양왕 때 예의판서를 지낸 농은(農隱) 민안부(閔安富) 선생이 조선 건국에 반대해 산청군(당시 산음현)에 칩거해 살면서 매월 초하루와 보름날 이곳에 올라 정북 쪽인 송경(고려의 수도)을 향해 절을 했다고 한다. 후세에 선생의 절개와 의리를 기리기 위해 이 바위를 망경대라 부르게 되었다. 망경대 바위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서면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왼쪽으로 낙엽송이라고 부르는 일본잎갈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막 새싹이 돋아나 연초록의 빛깔이 역광으로 비쳐서 싱그럽기까지 하다. 류의태약수터 갈림길을 지나 능선을 하나 통과하면 짧지만 가파른 너덜길을 만난다. 이 구간을 지나면 산허리를 돌아 나가는 임도를 만나게 되고, 크게 돌아가는 임도를 가로질러 난 샛길을 몇 번 지나면 오전에 올랐던 구형왕릉 위 ‘약수’라 적힌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계절은 봄이지만 여름 같은 날씨의 산행에 겨울에 가까운 복장을 한 터라 계곡물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땀에 젖은 손수건을 헹구고 세수까지.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10분이면 닿는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구형왕릉 주차장-(40분)-류의태약수터-(35분)-평전샘 갈림길-(30분)-왕산-(15분)-망바위-(20분)-망경대-(40분)-구형왕릉-(5분)-구형왕릉 주차장

최근 광주대구고속도로가 확장 개통되면서 지리산권역의 산을 찾기가 편리해졌다. 산청의 왕산까지 차량으로 2시간이 소요되었으나 1시간대로 줄어들어 찾는 이가 많이 늘었다. 구형왕릉을 들머리로 잡아 정상을 올라 지리산을 조망하는 것이 일품이다. 하산하면서 망바위 등 몇 곳의 조망처가 있어 하루 산행이 지루하지 않다. 중간지점 약수터에서 식수를 보충할 수 있고, 소개한 코스를 돌아 나오면 약 8.5㎞이고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광주대구고속도로를 따라 함양JC까지 간 다음 통영대전고속도로를 따라 생초IC를 빠져나온다. 좌회전으로 왕산, 필봉산 구형왕릉 방향 지방도인 경호로를 따라 유림면소재지까지 간다. 진주, 산청 방향 60번 지방도로를 따라 약 800m를 가서 덕양전 입구에서 우회전으로 구형왕릉 이정표를 따르면 주차장이 나온다.

☞ 내비게이션

경남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 산 16-8 (구형왕릉 주차장)

☞ 볼거리

산청 전통한방휴양관광지

동의보감촌, 전통한방휴양관광지는 나무, 불, 흙, 광물, 물을 주제로 한 한방 테마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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