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소통하려…” 15년째 교복입는 선생님…달서공고 김미화 교사‘화제’

  • 손선우
  • |
  • 입력 2017-05-26 07:15  |  수정 2017-05-26 07:15  |  발행일 2017-05-26 제2면
“사제동행 교육철학 실천, 속마음까지 나누고 싶어
수업 시간에도 교복 차림…학생들 응원에 용기 얻어”
“학생과 소통하려…” 15년째 교복입는 선생님…달서공고 김미화 교사‘화제’
지난 22일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달서공고에서 만난 김미화 교사는 자신을 ‘교복 입은 할머니’라고 소개했다. 교정에 선 김 교사가 졸업사진 포즈를 취했다.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달서공고 김미화 교사(여·54)는 ‘교복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김 교사는 교단에 선 뒤 15년째 교복을 입고 학생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어 과목을 담당하는 그는 학생과 똑같이 교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한다. 수업시간에도 교복을 입은 채 가르친다. 머리는 여학생처럼 질끈 묶는다.

1986년 3월 중리여중(옛 서남중)에서 교편을 잡은 김 교사는 교직생활 16년 만인 2002년 6월에 교복을 처음 입기 시작했다. 당시 성서중에 근무하던 그는 교복 판매점을 일부러 찾아가 교복 한벌을 맞춰 입었다. 처음에는 격일로 교복을 입고 학교에 출근했으나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매일 교복을 입는다. ‘학교에 민폐를 끼치는 것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학생들이 “잘 어울린다”고 응원해준 덕분에 용기를 냈다.

“교복을 입게 된 계기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학생들과 멀어지는 것 같아서예요. 2년 동안 고민하다가 교복을 입었어요. 그게 벌써 15년이나 됐네요.”

주변에서는 ‘경망스럽게 무슨 교복이냐’며 말렸다. 근처 학교에 다니던 아들은 창피해하며 한때 엄마를 꺼려하기도 했단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늘 교복을 입고 있다. 근무지를 옮길 때면 항상 교복을 구입했고, 남학교에서는 남학생 교복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여학생 교복을 맞춰 입고 다녔다. 그렇게 모은 교복만 10벌이 넘는다.

김 교사는 “딸들은 멋지다며 자랑스러워했는데, 막내 아들은 사춘기라서 그런지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철이 들어서는 응원해주더라”고 들려줬다.

매일 교복을 입고 출근하는 덕분에 취업 면접하는 학생에게 교복을 빌려준 일화도 있다. 그는 “학생이 교복을 줄여 입는데 그게 면접관의 눈에 안 좋게 비춰진다. 그래서 학생이 제가 입고 온 교복을 빌려 입고 면접을 보러 가곤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창의인성교육부장을 맡은 김 교사는 학생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매일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 교문에서 인사 캠페인을 벌인다. 2006년부터는 학생들에게 경어를 사용하고 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르기도 한다. 수학여행을 갈 때면 학생들과 한방에서 잠을 자고, 급식도 아이들과 같이 먹는다. 스승의 날에는 학생들에게 세족식을 해주고 있다.

그는 “2006년 스승의 날에 학생 30명의 발을 씻어줬다.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였다”면서 “하지만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접근방식이었다. 싫다고 하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단 생각을 못했다. 그 후론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 세족식을 한다”고 했다.

이러한 노력의 배경에는 ‘사제동행’이란 그의 교육철학이 자리해 있다. 김 교사는 “‘어떤 교사가 돼야 하는가’란 고민이 컸다. 과거의 권위를 벗어던지고 자세를 낮춰 아이들과 속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복을 입어보니 아이들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 같다. 교복을 입는 일이 교사의 변화를 상징하는 작은 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년퇴직을 8년 앞둔 김 교사는 4년 뒤 교사직을 내려 놓을 계획이다. 그는 “요즘엔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눈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귀에서 소리가 나고 무릎도 아프다. 학생들을 가르칠 여건이 안 되는데 정년퇴직을 고집하는 것은 내 욕심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신세대 선생님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게 맞다고 봐, 내년에 근무지를 이동하는데 한 번만 더 교복을 입을 생각”이라며 웃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