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부러진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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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5   |  발행일 2017-05-25 제30면   |  수정 2017-05-25
文정부의 검찰개혁 목표는 검찰중립화가 아닌 민주화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않아…이것 하나만 잘 해치우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
[차명진의 정치풍경] 부러진 칼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대상 1호는 검찰입니다. 과거에는 군 보안대, 경찰의 치안본부, 안기부의 대공분실이 권력의 충실한 도구 노릇을 했습니다. 1987년 이후 문민대통령들은 앞다투어 권력기구들의 뇌관을 제거했고 이때부터 검찰이 권력안보를 위한 유일무이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민주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정부는 검찰개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장 끝까지 추진할 것입니다.

노무현정부가 검찰개혁을 처음 시도했지만 목표가 순진했습니다. 검찰을 정치권의 영향에서 풀어주면 정당하게 검찰권이 행사되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에서 독립한 검찰은 스스로가 정치세력화되었습니다. 그들은 강화된 힘으로 주인을 물었고 결국 노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이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1년 펴낸 책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문 대통령은 한층 진화된 검찰개혁의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검찰 중립화가 아닌 검찰 민주화입니다. 검찰을 혼자 놀도록 놔둬서 정치세력화되도록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통제하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침 돈봉투 회식 사건이라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전광석화처럼 우병우 사단을 제거하고 윤석열 검사를 파격 승진시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국민에 의한 검찰 장악의 신호탄입니다. 그런데 걱정입니다. 윤 검사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고 했습니다. 그 조직이 검찰도 아니고 청와대도 아니고 국가와 국민이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그가 진짜 국민만을 바라본다면 지금 그 자리는 사방이 적입니다. 그가 받은 권한은 부러진 칼입니다. 그는 대통령한테도 “노(No)!” 할 수 있을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검찰을 영구히 국민의 통제하에 두려면 제도를 고쳐야 합니다. 검경수사권 분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무부의 문민화 등등의 과제를 달성해야 하는데 검찰이 아니면서도 검찰을 잘 아는 장관 후보가 마땅치 않습니다. 잘못하면 또 다른 강금실이 될 수 있습니다. 검찰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의 벽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아무튼 검찰개혁 하나만 잘 해치워도 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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