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원의 ‘영남일보로 보는 시간여행’ .4] 전염병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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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5   |  발행일 2017-05-25 제29면   |  수정 2017-06-07
전염병 옮기는 쥐 잡아오면 마리당 5원 장려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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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보건후생부에서는 쥐 박멸을 위해 쥐를 잡아오면 한 마리에 5원씩 현금이나 물품으로 교환하기로 했다. (영남일보 1946년 11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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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에 포상금이 걸렸다. 파키스탄의 한 도시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갓난아이가 쥐에 물려 숨지고 전염병이 번지는 등 피해가 속출하자 그 도시의 시장은 쥐 퇴치를 위해 포상금을 걸었다. 기어다니는 쥐가 이처럼 날뛰게 된 이유는 뻔하다. 배수시설이 열악하고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탓이다. 지금 우리의 눈으로 보면 상상하기 힘든 먼 나라의 이야기다. 정말 그럴까. 시계를 조금만 되돌리면 남의 이야기도 아니다.

‘(경북)도 보건후생부에서는 엄동기에 있어서 가공할 페스트(흑사병)의 유행으로 미리 예방하기 위하여 25일부터 12월24일까지의 기간 중 쥐잡기 강조운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특히 이 운동기간에는 부군도 각 지방에서는 현지의 보건소장을 통하여 구서(驅鼠) 장려금을 교부하게 되었다. 즉 쥐를 잡아서 관계당국에 가지고 오면 쥐 한 마리에 5원의 현금 또는 물품으로 교환하게 되였다.’(영남일보 1946년 11월24일자)


자고 나면 물가 치솟던 시기
돈 걸어 주민 자발 참여 유도



사람이나 동물을 통해 병원균으로 감염되는 전염병. 위생상태가 좋지 않았던 해방공간에서 전염병은 골칫덩이였다. 그중에서도 익히 그 피해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흑사병(페스트) 우려가 컸다. 흑사병은 쥐에 붙어사는 벼룩으로 전염된다. 흑사병을 막으려면 쥐를 잡아 없애는 것이 급선무다. 경북도 보건후생부가 겨울을 앞두고 1946년 11월25일부터 약 한달간 쥐 박멸 운동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쥐를 어떻게 잡아 없애느냐는 것’이다. 쥐약을 나눠줘도 주민들이 호응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쥐잡기에 나서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인책이 필요했다. 돈이다. 쥐를 잡아오면 돈을 주는 것이다. 당시는 서민들의 민생고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광복으로 자유를 얻었지만 자고 나면 물가가 치솟아 서민들의 삶은 고달팠다.

‘제반 물가가 폭등하고 있는 이때에 쥐 값이 올라 일반의 흥미를 끌고 있다’는 부녀일보의 보도는 딱 맞았다. 광복 직후 40원하던 남자 고무신 한 켤레가 눈 깜짝할 사이 230원으로 오를 정도였다. 물가고로 신음하는 이때 쥐잡기에 돈을 걸었으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쥐잡기 특별장려금으로 쥐 한 마리에 5원씩 현금이나 물품으로 교환해 주기로 한 것이다.

쥐잡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때는 식량을 지키기 위해 또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쥐를 잡는다. 기사에서 ‘구서 장려금’의 구서(驅鼠)라는 말은 쥐를 잡아 없앤다는 뜻이다. 쥐를 가리키는 ‘서(鼠)’는 임금 곁에 있으면서 나랏일을 흐트리는 간신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과 쥐의 전쟁은 언제쯤 끝날까. 간신들이 보기 싫다고 쥐가 쥐구멍에서 스스로 나오지 않는 그때는 끝날지 모르겠다. 아니 끝나지 않을 것이다.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박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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