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칠불좌상에서 나온 대반야바라밀다경. 연합뉴스 |
남원 실상사 건칠불좌상 머리 부분에 있었던 불경. 연합뉴스 |
전북 남원 실상사 건칠불좌상의 머리 안에서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사경(寫經)이 발견된 가운데, 포항성모병원이 국내 최초로 불상을 CT 촬영해 이 사경의 존재를 확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대한불교조계종 실상사와 불교문화재연구소는 포항성모병원에서 건칠불좌상을 3D-CT(컴퓨터 단층촬영) 장비로 촬영해 뽕나무 종이에 은가루로 경전을 쓴 ‘대반야바라밀다경’을 찾아냈다고 24일 발표했다. 사경은 전체 600권으로 구성된 ‘대반야바라밀다경’의 제396권으로, 병풍처럼 접을 수 있는 절첩장 형태다. 크기는 가로 11.8㎝ 세로 30.6㎝이며, 끝부분에는 ‘이장계(李長桂)와 그의 처 이씨(李氏)가 시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연구소는 앞서 2005년 이 불상을 X선으로 촬영해 머리에 복장물(불상 안에 넣는 물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실체는 파악하지 못했다. 건칠불(乾漆佛)은 흙으로 빚어 형태를 만든 다음 그 위에 삼베나 종이로 틀을 제작한 뒤 반복적으로 옻칠을 해서 만드는 불상이다. 이 때문에 내부를 정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3D-CT 장비가 필요했다.
전북 남원 실상사 건칠불좌상
은가루로 쓴 고려 ‘사경’발견
유적연구원 대학동문 근무병원
유물촬영 경험…같은 방법 조사
이름-건칠불좌상, 나이-500살
컴퓨터에 입력한 일화도 소개
이에 임석규 연구소 유적연구실장이 지난해 6월 대학 동문이 근무하는 포항성모병원에 의뢰하면서 국내 최초로 불상 CT촬영이 진행됐다. 임 실장은 “지난해 초 삼척의 한 사찰에서 흙에 묻힌 금동장식판을 발견했다. 흙 제거도 어려웠고, 손수건처럼 얇게 접혀 있어 대학 동문이 있는 포항성모병원에서 CT촬영을 한 적이 있다”면서 “이후 지난해 6월 실상사 건칠불좌상을 같은 방법으로 조사하게 됐다”고 국내 최초 불상 CT촬영 사연을 소개했다.
임 실장은 이어 CT촬영 당시 재미있는 일화도 덧붙였다. 그는 “CT 촬영을 위해서는 장비에 달린 컴퓨터에 반드시 이름, 성별, 나이를 입력해야만 했다”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름은 건칠불좌상, 성별은 남성, 나이는 500살로 입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CT촬영을 통해 복장물의 실체를 알게 된 연구소 측은 이틀 뒤 사경을 수습했고, 연구보고서 등을 작성한 뒤 11개월 만인 이날 공개하게 됐다. 임 실장은 “조사를 통해 금속성 물질로 글자를 쓴 책이 접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불경의 보존상태가 염려돼 수습했다”고 말했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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