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문재인 대통령, 대구·경북 걱정을 杞憂로 만들어라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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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4   |  발행일 2017-05-24 제30면   |  수정 2017-05-24
대선 지지율 낮다고 해서
대구·경북출신 배제하고
현안 사업 등한시한다면
대통합 구호와 맞지않아
모두의 대통령이 되시길
[동대구로에서] 문재인 대통령, 대구·경북 걱정을 杞憂로 만들어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었으며, 5년의 임기동안 여러분들을 국민으로 모실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고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별 연설을 하는 동안 동대구역에서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5년 더”라는 구호를 외쳐댔다. 그리고 누군가는 눈물로써 그의 퇴임을 안타까워했다. 2022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식 장면이 이랬으면 좋겠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이 지나가고 있다. 짧은 시간동안 그는 이전 대통령들이 보여주지 못한 행보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너무 앞서간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그에 대한 지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높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따사로운 봄날을 즐기고 있는 현재, 유독 대구·경북 공직사회는 불안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동안 보이지 않는 편의와 지원을 받아왔던 것이 현시점에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걱정때문이다. 과거 이야기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중앙 부처에 대구·경북지역 현안 사업을 이야기하러 가도 제대로 들어줄 지역 출신 고위 공직자도 한 명 없는 데다, 담당 과장이나 국장은 아예 만나주려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얼마전 한 공직자는 “기획재정부나 해당 부처에 예산신청이나 지역 현안 사업을 설명하러 가면 만나줄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진행해야 할 지역 현안 사업들이 후순위로 밀려나지 않을까 우려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일반 시민조차도 “대구·경북 출신 중앙 부처 고위 공직자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 옷 벗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을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 더불어민주당에 이같은 대구·경북의 불안해하는 목소리와 분위기에 귀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한다.

이명박정부·박근혜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분배했다면서 대구·경북 현안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제외시킨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부르짖은 대통합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되는 것은 물론, 다시 한번 국민들을 편가르기 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분명하게 가슴에 새겨야 할 국정철학이 있다. 그는 이제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주자도 아니다. 더이상 호남을 발판으로 한 부산의 아들로 살아서도 안된다. 이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행동해야 한다.

문재인에게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낸 대구·경북도 보듬어야 할 대통령의 국토이고 국민이다. 자신에게 등 돌린 사람이 많다고, 상대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고 무시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관두는 것이 대한민국을 다시 혼란에 휩싸이지 않게 하는 길이다.

일단 그의 행보에서 이같은 불안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걱정이 없는 것만도 아니다. 청와대 비서관이나 주요 부처 공직자, 검찰 인사에서 그의 사전 경고(?)대로 영남 인사는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의 가슴 따뜻한 말과 조금은 어긋나 보인다. 능력이 있음에도 대구·경북 출신이라고 한직으로 내몬다면 문재인 정부도 이전에 그가 거부했던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여러 명의 자식 가운데 한두 명은 부모 말 듣지 않고 엇나가기도 한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구·경북은 가장 말 안 듣고 속썩인 자식일지 모른다. 못난 자식을 위해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를 드리는 부모의 마음으로 대구·경북을 껴안는다면 지금의 대구·경북이 하는 걱정은 기우(杞憂)가 될 것이다.

전영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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