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깜깜이 비디오 판독…관중은 결과만 봐야하나

  • 입력 2017-04-21 00:00  |  수정 2017-04-21
중계 영상과 상반된 판정에 불신
설명없어 원심유지·번복만 고지
국내 배구·ML서는 근거 밝혀
관계자 “심판 직접설명 도입 검토”

최근 KBO 리그에서는 비디오 판독의 신뢰도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례가 몇 건 있었다.

지난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시즌 4차전이 그중 하나다.

3-3으로 맞선 5회말 2사 1, 3루에서 롯데 이우민의 높이 뜬 타구는 거센 비바람에 흔들리며 좌익수 권희동의 글러브를 피해 파울 라인 부근에 떨어졌다.

3루심은 파울을 선언했으나 최만호 주루코치는 주자들을 계속 돌렸다. 타자였던이우민까지 홈으로 들어왔다.

롯데는 파울 선언에 이의를 제기하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결과 페어로 판정이 뒤집히면 3-3의 스코어가 6-3이 되는 상황이었다.

심판진은 비디오판독센터의 결과를 듣기 위해 인터컴 헤드셋을 썼다. 6분을 기다렸으나 결과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사이 방송 중계사는 리플레이 화면을 계속 보여줬다. 멀리서 잡은 화면으로는 공이 라인 위에 떨어진 것처럼 보였으나 헤드셋을 벗은심판진은 파울을 선언했다.

관중의 야유가 빗발쳤으나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원위치로 돌아간 롯데는 득점에 실패했고, 경기는 롯데의 3-8 패배로 끝이 났다.

이 장면은 KBO가 설치한 카메라는 물론 TV 중계 카메라에도 정확하게 찍히지 않아 타구에 관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KBO리그 규정 28조 비디오 판독에 따르면 판독이 불가능할 경우 원심을 유지한다고 돼 있다.

지난 16일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도 비디오 판독 논란이 불거졌다.

넥센 박동원의 2루 도루를 두고 중계화면이 비춘 장면과 비디오 판독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 결과와 상반되는 리플레이 화면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비디오판독센터는 중계방송사 카메라 6대와 KBO 자체 카메라 3대가 찍은 영상을 이용해 판정을 내린다.

KBO가 설치한 카메라 수가 다소 부족한 데다 중계방송사의 카메라 설치 각도에 따라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장에 있던 관중들은 물론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시청자와 중계하던 해설진까지 비디오 판독 결과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를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제공된 정보라고는 심판진이 원심 유지 또는 번복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신호가 전부다.

아무런 설명이 없으니 야구팬들에게는 혼선을 넘어 자칫 비디오 판독에 불신이 생길 수도 있다. 국내 프로배구에서는 비디오 판독 후 ‘정심’ ‘오심’ ‘판독 불가’ 등으로 근거를 직접 설명하고 있다.

KBO리그보다 먼저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미국 메이저리그도 심판이 마이크를 들고 판독 결과를 직접 설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데 힘을 쏟는 메이저리그가 어쩌면 이에 역행할 수도 있는 이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관중 신뢰 회복이라는 대의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정교한 시스템을 갖춘 미국에서도 판독 결과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것이다.

KBO 관계자는 이에 대해 “메이저리그에서 심판이 직접 설명하는 방안을 도입한 이후 반응이 괜찮다면 우리도 도입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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