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7년 마을기업 ‘걸음마 단계’…지속 성장 지원책 뒤따라야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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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30 07:40  |  수정 2017-03-30 08:32  |  발행일 2017-03-30 제13면
경북 사회적경제 나눔을 넘어 성장으로 <하>
20170330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은 소득 불균형·임금 불평등 등 분배의 실패를 초래했다. 자본주의의 부분적인 실패인 이 같은 경제 불평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마을기업이다. 마을기업은 향토·문화·자연자원 등 지역 특화자원을 이용해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이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마을기업 육성에 정성을 쏟는 이유도 경제 양극화와 지역공동체 붕괴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마을기업

마을기업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육성사업이 시작됐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도입 첫해 500여 개이던 마을기업은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1천446개가 설립됐다. 2016년 말 기준 경북의 마을기업 수는 104개로, 경기(175개)나 전남(135개)보다 적지만 경남(111개)·충남(109개)·강원(106개)·전북(105개) 등과는 비슷하다. 근로자 수는 모두 1천220명으로, 1곳당 평균 12명이 종사하고 있다. 전국 평균 근로자 수(11.13명)보다는 조금 많다.

매출 역시 대동소이하다. 경북 마을기업은 1곳당 8천400만원 정도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 평균 8천700만원보다 300만원 적다. 2011년 3천500만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크게 증가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만한 수준은 아니다. 직원 1인당 연간 매출이 700만원 내외에 불과해 고용창출과 소득증대라는 마을기업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경북 마을기업의 일자리 1천220개 중 상근인력은 17% 수준인 205개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는 농한기 등 남는 시간을 이용해 일하는 부업 수준이다. 이 때문에 소득 창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도입 7년째를 맞은 마을기업은 기업이라는 잣대로 봤을 땐 아직 걸음마 단계다.


마을기업 1곳당 연매출 8천만원
시장 경쟁력 떨어져 ‘부업 수준’

포항 노다지마을·군위 화본마을
사업 ‘특화·다양화’로 성공사례

사업계획 수립 등 지역민이 주도
마을기업 활성화 기반 조성해야



◆특화·다양화로 성장·성공 이뤄

하지만 마을기업에도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속의 송곳, 즉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에게 알려짐)는 있다. 혹독하고 치열한 경쟁을 견디며 날카롭게 실력을 다듬어 시장에서 우뚝 서고 있다. 포항의 노다지마을과 군위의 삼국유사화본마을영농조합(이하 화본마을)이 대표적이다.

노다지마을은 대한민국 농촌의 수익사업 박물관 같다. 처음에는 다른 농촌 마을기업과 마찬가지로 유정란 판매로 시작해 절임배추·감자·단호박 등으로 상품을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품목을 다각화해 56만1천㎡(17만평)의 부지에 마을주민 16명이 귀리·어성초·고추 등 고부가 상품을 생산했다. 노다지마을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흑자경영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예상하는 연매출은 20억원이다. 신길호 노다지마을 대표는 “방치된 골재 채석장을 전통항아리 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장기 프로젝트로 구상 중”이라면서 “순창의 고추장마을처럼 지역의 대표관광지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노다지마을이 마을기업의 생산품 다양화를 제시했다면 군위 화본마을은 마을기업의 다양한 기능을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화본역과 폐교를 활용한 추억박물관 등 마을의 다양한 자원을 한데 묶어 체험·관광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모아 1960~70년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박물관을 만들었다. 또 어디서나 팔고 있는 달고나, 옛날도시락, 쫀득이 같은 추억의 먹거리도 화본마을만의 독특한 체험으로 재탄생시켰다. 운동장에서는 기차도 탈 수 있고 제기차기·자전거·승마 등 즐길거리도 많다. 야생화와 마을기업 생산 제품 판매는 덤이다. 풍부한 지역자원을 적절히 활용해 연간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차상호 경북도 사회적경제과장은 “많은 마을기업이 자본·인력·판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노다지마을과 화본마을처럼 기존 패러다임의 틀을 깨거나 확장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면 마을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성장 위한 시책 등 방안 마련

이 같은 성공 사례는 경북도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시책 개발, 판로개척 지원,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도는 먼저 마을기업의 뿌리가 되는 건강한 공동체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 전 교육’ ‘찾아가는 마을기업 설명회’ ‘권역별 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의 관심과 인지도를 높였다.

설립 전 교육은 마을기업 설립을 희망하는 지역주민이나 마을공동체·단체 등을 대상으로 했다. 마을자원 조사, 사업모델 개발, 경영·마케팅, 사업계획 수립 등을 함께 논의하면서 주민이 주체가 되도록 했다. 특히 기본 교육을 수료한 마을기업에 디자인 개선 등 10여 가지 전문 컨설팅을 진행하고, 바이럴마케팅·온라인몰입점·플랫폼구축 등 판로 지원사업을 연계하는 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경북의 마을기업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연매출이 6억원에서 85억원으로 1천200% 성장했으며 고용인원도 164명에서 743% 증가했다.

황영호 경북도 사회적경제정책담당은 “올해는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한 마을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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