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상에서 꽃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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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9   |  발행일 2017-03-29 제29면   |  수정 2017-03-29
[기고] 일상에서 꽃을 즐기자
강귀옥 (화원아카데미연합회 회장·농학박사)

3월은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소생하는 달이다. 가지마다 새싹이 움트는 모습은 우리에게 새 희망을 속삭여주는 것 같다.

세계 나라들마다 꽃을 사랑하는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네덜란드나 독일 등 유럽에서는 정원을 꾸미고 창가 쪽을 아름다운 꽃이나 화분으로 장식해 집주인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도 꽃을 감상하도록 하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에서는 손님을 초대했을 때는 물론이고, 식탁 위나 집안 곳곳에 꽃을 놓아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또한 다도(茶道) 공간을 꾸미는 꽃 장식에까지 범절이 있을 정도로 다화를 즐기는 그들만의 문화 속에서 꽃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계절의 변화가 뚜렷해 식물이 풍부하고 철 따라 아름다운 꽃과 더불어 살아왔으며 조선시대에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생화를 꺾는 대신 비단으로 만든 꽃, 가화를 이용하여 왕실이나 국가의 중요한 행사에 사용했다. 그만큼 꽃을 아끼고 사랑했음을 알 수 있다.

1950년 이후 신식 결혼식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조화 사용이 꽃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고, 이후 경제성장과 화훼재배의 기술향상으로 조화에서 생화 사용으로 바뀌는 전환기를 맞았다. 수입된 많은 꽃들을 국내에서도 재배할 수 있게 됐고, 지금은 수출까지 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의 화훼산업은 발전해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인식 속에서는 꽃과 더불어 일상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꽃을 특별한 날 축하와 기쁨을 채우거나 슬픔을 나누는 표현의 용도로만 여기고 소비되고 있어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작년 9월28일부터 시행한 부정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국내 화훼산업은 직격탄을 맞아 꽃을 생산하는 농민과 꽃을 유통하고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수많은 농민과 화훼업계 종사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민에게는 아름다운 꽃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는 역효과도 생겼다. 다른 산업에도 영향이 크겠지만, 꽃은 생물이어서 씨앗이나 모종을 심어 출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상품이 아니다. 화훼농가는 운영에 어려움이 없는지, 수많은 화훼종사자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시 한번 살펴보았으면 한다. 언제부터 꽃이 청탁이나 부정과 연관되는 매개체가 되었는지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제 우리나라도 꽃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가 됐다. 경조사용, 선물용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한, 나를 위한 일상의 꽃이 돼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는 응접실 탁자나 식탁에 꽃을 놓아 음식을 맛깔스럽게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꽃을 재료로 별미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일터에서는 책상 위에 꽃을 둬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잠시나마 잊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꽃을 통해 정서안정 및 다친 마음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꽃을 보면 그 색상과 향기에 반해 기분이 상쾌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꽃의 아름다움을 나누고자 하는 유럽 사람들의 배려나, 삶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는 일본인의 꽃에 대한 정성, 이 모두가 꽃을 사랑하는 삶의 여유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있는 꽃들을 보면서 자신도 즐거운 긍정의 마음을 가지고, 또한 이런 긍정의 마음이 타인에게도 전달되면 좀 더 여유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부정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와 대구시가 여러 가지 화훼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 그중 꽃 소비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1Table 1Flower’ 사업이 잘 운영돼 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관공서, 학교, 기업체, 가정에까지 확산돼 꽃 생활화가 촉진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강귀옥 (화원아카데미연합회 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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